살인의 해석-제드 러벤펠드


살인의 해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제드 러벤펠드 (비채, 2007년)
상세보기


 

로처님이 궁금해하시는,

지난 추석 연휴 때 읽었던 추리소설입니다.

그냥 가벼운 것을 읽으려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네요.

제목부터 조금 자극적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말입니다.


막상 잡고 나서는 두께도 좀 있고 해서 언제 다 읽나 했는데

연휴기간 동안 나눠서 읽다 보니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어느 부분에선가 가속도가 붙더군요.


작가는 현재 예일대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법률학자라 합니다.

하지만 그는 학자이기 이전에 문학청년이었다 하고요.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선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도 진학해서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답니다.


 

살인을 해석한다, 그러면...

유명한 프로파일러.가 나오나 했는데


이 소설에는 프로이드와 융이 나옵니다.

이는 아마도 작가가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선택했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소설을 통해서 프로이트가 미국에 왔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구요.

소설 속에서는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그 외 실존인물들과

가상인물인 주인공 영거 등이 나옵니다.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영거가 그 살인을 ‘해석’ 하게 되는데요.

이야기가 참 복잡해집니다.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까 생각해 봤는데. 이번에도 못 찾았습니다.^^:  하하

실제로 프로이트와 융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가 프로이트가 미국을 방문했다는 사실 하나에 착안하여

여러 자료와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런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재능이죠.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0) 2009.12.04
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  (0) 2009.11.10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상문  (6) 2009.07.14
거기, 당신? / 윤성희  (2) 2009.07.12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4) 2009.07.08
,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상문

슬럼독 밀리어네어: Q&A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비카스 스와루프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영화로 보려 했으나 못 봤고,
모 사이트에 신청시 사연을 등록하면 추첨해서 책을 보내 준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안 되어서.. 나중에 봐야지. 그냥 그러고 있었는데
동네 마을 문고에 이 책이...있었다.
이런 반가울 데가!!
하지만 빌려와서 바로 읽지도 못하고,결국 어제 , 읽었다

 ---------
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
퀴즈 문제가 전부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다니.
 '짜고 고스톱'을 친 것도 아니고.

더구나 퀴즈쇼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근처도 가 보지 못한 '웨이터'이다.

람 모하메드 토마스, 그의 이름에는 세 가지 종교가 섞여 있다.


성탄절에 발견된 람은 신부 밑에서 자라지만,
그 지역의 기독교 배척 분위기 때문에 발견된 지 6일 만에 이름을 다시 바꾸어야만 했고,
아버지처럼 여겼던 티모시 신부의 죽음을 목격하고, 신부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세상의 추악한(?) 것이란 것은 다 겪는. 그런 소년이다.


퀴즈쇼에 나왔을 때, 사회자가 우리나라의 수도가 어디냐는 그런 질문을 하고,
뒤이어 몇 개국을 들어가면서, 이탈리아의 수도는 어디일까요? 이런 식으로 계속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받고 나서, 청중들로부터 웃음거리나 되는 소년이다.

우승했지만, 그 대가로 체포되었고,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
17-18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20세도 채 안 된 람이지만 온갖 일은 다 겪었고,
그 일들 속에서 인도의 현실(?)이 얼핏 보이기도 했다.


* 변호사인 작가가 정규 업무를 하면서 두달만에 썼다..라... 법률가 집안 출신이지만,
소외 계층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계속 주시하고 있는 듯 하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  (0) 2009.11.10
살인의 해석-제드 러벤펠드  (0) 2009.11.10
거기, 당신? / 윤성희  (2) 2009.07.12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4) 2009.07.08
미실 / 김별아  (2) 2009.07.01
,

거기, 당신? / 윤성희

거기 당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윤성희 (문학동네, 2004년)
상세보기

 책 뒤표지에 씌인 말 그대로였다.

‘문장에 부사가 없지요. 형용사도 썩 제한되어 있습니다.
장면이 제시된 다음 설명이 뒤따르되, 논리적 맥락을 암시할 뿐 건너뛰기로 되어 있지요‘

-------------------------------------------------------------------------------------------------
  문장이 간결했다.
  사실 이 책은,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을 검색해 봤다가 알게 된 책인데, 좀 어려웠다.
장면 전환도 한참 생각해 봐야 했고, 제목과 똑같은 '거기, 당신'도 두 번 세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그 남자의 책...’ 역시 한 번 읽고 나서는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읽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때보다 조금은 줄거리가 파악되는 듯 했다.

‘거기 당신?’을 포함해서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무언가 조금씩 결핍되고 모자라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명랑하고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책이 아니었고, 무언가 상실한 사람들, 조금은 어두운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그 어두움 속에 머물지만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보물지도를 찾아 떠났다가 허탕치지만, 식당이 없어진 그 자리에서 재기하는 사람들이라든가(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아이를 잃은 여자와 애인을 잃은 여자가 서로 마음이 통하면서 같이 일하게 되는 장면이(봉자네 분식집) 그런 것 같다.

작가는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기운 내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매운 음식을 먹는 게 최고예요. W가 가방에서 매운 소스를 꺼냈다. 맞아요. 슬퍼서 울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매워서 울었다고 말하는 게 덜 쪽팔리잖아요.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중)

벤치에 앉아서 손수건에 밴 딸기 냄새를 맡고 있었을 때, 어쩌면 그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어쨌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려 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년 봄이면 라일락나무는 더 튼튼한 뿌리를 가질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를 발로 툭 차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대상을 알 수 없는 증오가 솟구쳤다. 라일락 향기는 너무 짙었다. 직원들은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각자 품고 있던 행복했던 시절들을 떠올릴 것이다. 더 이상 그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도 이미 라일락 향기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뭇가지를 잘라서는 그 가지로 나무를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봉자네 분식집’ 중)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의 해석-제드 러벤펠드  (0) 2009.11.10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상문  (6) 2009.07.14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4) 2009.07.08
미실 / 김별아  (2) 2009.07.01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4) 2009.06.23
,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이별능력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요하나 뮐러 에베르트 (책세상, 2009년)
상세보기





이별능력 - 유쾌하게 헤어지는 22가지 방법 놓아주기, 중지하기, 새롭게 시작하기, 이별능력, 당신은 가지고 있나요 ?

------
 '쿨' 이란 단어가 언제부터인지 유행했고. '난 쿨하니까' , ' 잘 헤어질 수 있다'고 내 자신에게도 몇 번씩 말했었고,
그래서 무언가와 이별하는 그 앞에서 스스로를 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그리고 그들, 우린 정말 쿨한 것일까?

  지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알면서도 이별해야 하는 경우, 혹은 알지 못하지만 이별하는 경우. 왠만하면 후자가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지 않는가 . 흔히 이별이라 하면 연인 사이의 이별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연인 사이의 이별도 다룬다. 하지만 좀 더 넓게, 포괄적으로, 가족, 직장, 배우자, 집 등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그러기에 22가지나 방법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알게 모르게 이별을 경험해 봤고,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언젠가 또 내 이야기가 되어서 끔찍하게(!) 되풀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각 사례마다 해결 방법을 일일이 달아 놓았지만, 읽기 전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 보고 나서 읽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바로 해결책들을 읽어버렸다. -_- 읽고 나니 그렇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 두려운 건 , 사실이다. 책 안에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앞에 나열한 매달리는 형인지, 기타 등등) 자가 진단을 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절대적은 진단 결과는 아니라는 것)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주저 말고 책 뒷표지를 보아라. 이별 앞에서 매달리는지, 망설이는지, 불평하면서 버티는지, 관계를 찾아 헤매는지, 철새 같은지, 이별 능력을 가졌는지. 제일 마지막 것이 물론 제일 좋지만, 아직 난 그 단계에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22가지 방법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책 뒷날개의 '8가지 스텝'을 얼른 들추어 보아라.  여기선 8단계로 나누어서 말하고 있다. 저자가 심리학자이자 심리 치료사이므로 그 8단계를 믿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별 '능력'.

이별에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상문  (6) 2009.07.14
거기, 당신? / 윤성희  (2) 2009.07.12
미실 / 김별아  (2) 2009.07.01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4) 2009.06.23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4) 2009.06.18
,

미실 / 김별아

미실(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상세보기

 이 소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찌하다가 이번에 읽어보게 되었다. 



 TV 와는 전혀 다른, 미실.
 물론 현재 드라마 진행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점차 덕만에게 밀릴 미실이다
 (참고로. 책에는 현재 드라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원신통의 운명을 타고났으나, 이를 역이용해 무려 3대를 휘어 잡았던 미실.
손에 들어온 것은 절대로 뺏기지 않는다.
승부사 기질이 있고.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소유했던 그녀였다.


며칠 후 미실은 앵두나무 앞에 다시 섰다. 어느새인가 그녀가 눈여겨보았던 가지 끝의 남은 앵두들이 깡그리 사라진 채였다. 황망함에 사자를 불러 누구의 손을 탔는지 추궁하였다. 아무도 다녀간 이 없다 하였다. 행여 낙과하였나 의심하여 수풀을 뒤졌다. 하지만 붉은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가 물어 갔다면 귀가 밝아 작은 바스락거림에도 잠 깨는 그녀가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것들은 다만 송두리째 사라졌을 뿐이었다. 열매를 잃은 빈 가지만이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시치미를 떼는 양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고 사라졌으리라. 그 눈부신 것들은 마땅히 그렇게 스스로를 숨길 수 있으리라.

손도 안 댔는데 앵두가 사라지고..

그녀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사다함도. 마지막 사랑 설원도.
그리고 허수아비인 세종 도.
다른 사람들도.
그리고 마침내는 그녀도 흐르듯 사라지는 것


이상은 김별아씨의 손끝에서 창작된 미실이었다.

TV에서는 그녀의 최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 계보가 좀 복잡했다는 것.

++ )참고 - 링크 -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13929.html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기, 당신? / 윤성희  (2) 2009.07.12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4) 2009.07.08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4) 2009.06.23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4) 2009.06.18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상세보기

모 소식지에 연재가 될 때만 해도 설마 이 책이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까란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내가 이 작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 것 같다.
또, 독서도 편식을 하는 탓에 잘은 모르지만,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대중 소설들이 내용이 불륜을 담고 있는 것들도 있기에.
오히려 이런 순수 무공해 소설들이 뜨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느덧 이 소설은 상반기 베스트 셀러 목록에도 올랐고, 드라마로도 제작된다는 말을 얼핏 듣긴 들은 것 같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고. 리스트의 말로 시작하는 소설.
결국 작가는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의 '엄마를 잃어버린 지 1주일째다'라는 부분부터,
에필로그의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라는 표현이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1장은 큰딸 지헌, 2장은 큰아들 형철, 3장은 남편, 4장은 ‘엄마’ 본인, 에필로그는 다시 지헌의 시선으로 이어지는데..
각각 화자를 바꿔가면서 이어지고 있었다. 꼭. 추리소설처럼 ..각각 화자를 통해서 '엄마' 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은 엄마를 찾을 '뻔'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전단지를 보고 당신들의 잃어버린 엄마 같다고
 전화한 약사는, 그의 말로는 일주일 전에나 봤다는 엄마는, 사진 속의 단정한 차림이 아닌, 때에 절은 옷에, 그것도 다친 발가락이 보이는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고 했다. 파란 슬리퍼, 다친 발가락. 이게 무엇일까.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나는’ 혹은 ‘그는, 그녀가 무엇무엇 했다’ 가 아니라 '너는 무엇무엇 했다' 라고 서술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 그러면서 동시에 그 가족 구성원의 심리상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게끔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인칭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2인칭 소설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


↑위 부분은, 엄마도 갖고 싶은 것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지헌 엄마, 형철 엄마가 아니라, '박소녀' 라는 여자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딸이라는 것. 잊고 있었지만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9개월 후 지헌은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피에타 상을 보았다.
죽은 아들을 무릎에 누이고 내려다보고 있는 성모의 모습과,
어느 날 가을, 말도 없이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평상에 쓰러진 엄마를 부축하는 지헌의 모습이 겹쳐졌다. 


 
+) 책날개 그림은 꼭 밀레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알고보니 달리의 그림이었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능력 / 요하나 뮐러-에베르트  (4) 2009.07.08
미실 / 김별아  (2) 2009.07.01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4) 2009.06.18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7번 국도' 를 읽고 나서,  (0) 2009.06.17
,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무중력 증후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윤고은 (한겨레출판사, 2008년)
상세보기

한줄평 : 신선함. 재기발랄함. 어떤 주제를 너무 가볍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다루지도 않은 것

#1. 주인공 이름을 보고 크게 웃을 뻔했다. 하고많은 이름중에 ‘노시보’ 라니.
어쨌든. 시보는 강남의 모 부동산 회사 과장이고, 그의 일과는 출근해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전화번호부 상에 등록된 고객에게 땅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는 ‘25세 노시보, 땅 팔다 죽다’ 라는 재미없는 묘지명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또 안 아픈 데가 없어서 한의원, 치과, 양의원 등 골고루 드나들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무어라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퇴근 시간,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수시로 건물 안의 병원을 출입한다.(참. 이 건물 안에 모든 것이 있어서 사람들은 밖에 나갈 필요가 없다)

아마도, 현대인의 스트레스성 질환 -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원인을 짚어 말할 수는 없었다.
혹시 난 그가 진료 중독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다.


#2. 그런 시보를 회사에 늘 지각하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뉴스’ 였다.
시보는 TV, 컴퓨터에도 모자라서 휴대폰으로까지 뉴스를 받아보는 뉴스 중독자였다.
어느 날 ‘두 번째 달’ 이 떴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변해 버렸다.

신체 상의 변화로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한편으론 ‘중력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름하여 ‘무중력자들의 모임’ 이 생겼고, 무중력자들의 집회가 열렸고, 무중력자라고 ‘커밍아웃’하고,
달로 여행을 가겠다고 고층 건물 옥상에서 점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현재 시국관련 집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소설에서도 '집회' 하니까.
현실과 소설 내용이 크로스가 되어 내 눈앞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은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 성찰을 다룬 '집회',
다른 한쪽은 소설 속의, 무중력자들의 모임이라는,
왜 달로 가야 하는지 역설하는.조금은 색다르고 특이한 집회.)


이런 시류에 맞추어, 시보네 회사에서는 모든 것을 ‘달’에 맞추어서,
달의 지가는 지구의 1/6 이라고 고객들에게 홍보 전화를 돌렸다.

시보네 가족 역시 이러한 변화 앞에서 예전과 다르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시보의 절친인 구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태원의 구보씨가 여기서도 등장하는구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까 1930년대의 구보씨는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네 번 등장했다고 한다)

또, 시보는 헤어진 연인 미아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나마 떨칠 기회를 얻었지만, 그 결과는 씁쓸했다.
그를 이용한 기자, ‘퓰리처’(본명이 있지만 시보는 그녀를 퓰리처라고 불렀다)는, 능수능란함 그 자체였다.

#3. 곧 이어 세 번째 달, 네 번째 달이 뜨고, 이제 달은 그저 그런 뉴스 거리가 되어 버렸다.
달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무렵, 시보는 자신이야말로 정말 ‘무중력 증후군’ 환자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가는 병원마다 , 이 위대한(?) 원조를 몰라 보고, 진단도 대강대강 내려 버렸다.


     (289-290페이지 중.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는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진짜 두 번째 달 말이다. 어쨌거나 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의 거짓말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달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들킬 때까지 계속할 거짓말을.



#4. 실제로 지구를 휩쓸었던, SARS, 조류독감, 스페인 독감,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신종 플루, 수족구병 등등.
 이런 것처럼.  위의 ‘무중력 증후군’도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닌 일부의 사람들. 에게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위의 질병들은 전 인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무중력 증후군은 일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지 몰라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것, 호기심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몸에 변화가 생기고, 혹은 무중력자라고 커밍 아웃하고,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사람들. 달 구경만 하고 오겠다는 사람들. 며칠씩 실종된 사람들. 그리고, 달로 가겠다고 몸을 던지는 무모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행정부는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백색 실명, 백색 공포처럼 실체가 없는 그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실제로 존재하고 휩쓸고 지나가지만, 정작 그 바람을 맞지 않은 사람들. 다행히도,  눈이 멀어버리는 것을 피한. 사람이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병들, 분명히 실체는 있다.  뉴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몇 만 명이 감염되었고, 혹은 어떠한 병으로 몇 만이 숨졌고, 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 가까운 주변에는 그런 일이 없기에, 과연? 하는 생각이 몇 번씩 들고,  그러면서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들고. 그런 것이다.
 설 속에서는, 녹색 글상자에 인용한 말처럼.
 '달이 늘어났는지, 사람들의 상상력이 늘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겪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이 늘어나서 빚은 결과는 결코 아니기에.

현실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 들었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실 / 김별아  (2) 2009.07.01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4) 2009.06.23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7번 국도' 를 읽고 나서,  (0) 2009.06.17
르 클레지오. '황금물고기'  (0) 2009.05.04
,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다니엘 글라타우어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1. 읽으면서 며칠 전에 길가에서 들은 터보의 'cyber lover' 가 생각났다.

  속상했던 일이 생겨도/마음이 서글퍼질 때도/너와의 얘기속에 어느샌가 사라져/ 왜 내 마음이 설렐까/
  아직 한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게 이런느낌 생길수가 있을까/...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이게 무슨 소리야 했는데,
지금 들으니 어쩌면 이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노래와 소설은 차원이 다르지만)

#2.잘못 걸려온 전화, 잘못 들어온 문자,
혹은 잘못 들어온 이메일. 당신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
그냥 무시하지 않나? 나 같아도 신경 쓰지 않겠다.

 그 여자, 에미 로트너,
직업상 홈페이지 관리를 하고 있었다.
잘못 보낸 메일 한 통 때문에 레오 라이케를 알게 되었다. 

그 남자, 레오 라이케.
대학교 언어심리학 조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
 이메일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3.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메일 내용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에미의 완벽한 가정에 과연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생각해 봤는데, 결국 이거였구나.
미아나 소냐나 베른하르트나 마를레네나.
결국은 레오와 에미의 관계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계는 철저히 레오와 에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였다.
그들 중심으로 돌아갈수록 바깥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서로에게 집착하게 되는. 그런 세계.

스포일지는 모르지만. 에미와 레오가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 말대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순간, 온라인에서 지속되는 관계는 끝이라는 것을.
하지만 절정으로 갈수록 그들은 서로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거부하면서도 한편으론 서로를 원한다.
제목 그대로 새벽 세시까지 마치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듯, 끝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바람이 부나요 ? 라고 까지 물어가면서.

우리는 환상 속의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 서로에 대한 몽타주를 작성하고 있어요.
질문을 하지만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게 그 질문들의 매력이죠. 그래요,
우린 서로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걸 피하면서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꾸 자극하고 계속 부채질해대고 있어요.
우린 행간을 읽으려 애쓰죠. 상대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안간힘을 써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질적인 면만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조심 또 조심해요.
‘본질적인’ 것이라는 게 뭘까요? 우린 자기 생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어요.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자기에게 중요한 무언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지요. (레오)


아. 이 불륜 커플. 뭐냐.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중에는 조금 지루하기까지 느껴 졌던 건. 왜일까?

매 순간 순간, 손과 머리를 이용해서 빚어내는 언어들의 조합에
매료되었는데도 .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레오. 당신은 정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자극히 목표 지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그게 저를 점점 긴장하게 만들어요.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죠. 당신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저에게 ‘미칠 듯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거의 병적인 무관심을 드러내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저를 번갈아가며 화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만들기도 해요.
지금은 솔직히 말해 유쾌한 쪽이죠. (에미)

에미, 우리가 이메일을 사흘이나 쉬었군요.
슬슬 다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레오


#4, 결말. 반전. 그리고 끝.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태까지 이들이 나누었던 언어는 레오 말대로 자판을 훅 불고, 컴퓨터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그런 것이었나.

누군가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찾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단순히 찾은 것을 넘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4) 2009.06.23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4) 2009.06.18
'7번 국도' 를 읽고 나서,  (0) 2009.06.17
르 클레지오. '황금물고기'  (0) 2009.05.04
정장을 입은 사냥꾼  (0) 2009.04.28
,

'7번 국도' 를 읽고 나서,

7번 국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연수 (문학동네, 1997년)
상세보기





#1. 1991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여기 주인공은 넷이구나.시인 기형도가 왜 등장하지?
그리고 그 외 노래들은?7번 국도는 정말 있는 것일까?
등등. 책을 읽기 전, 읽는 중, 읽고 나서 든 생각들이다.

우선 이 소설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길 위의 나날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재현’이가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와, 7번 국도 상의 관광명소들,
그리고 3각관계,
각 등장인물들의 과거사가 합쳐진 소설 ‘7번국도’는 좀 복잡하다.

자전거 여행은 서로의 상처를 안고 출발한 여행이었고,
길 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상을 보았다.

7번 국도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로이면서, 뒈져버린 나무 이름이면서, 카페 이름이면서 ,
또 누군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2. 작가의 최근작을 먼저 읽고 나서 초기작을 보는데,
 초기작은 어떨까 하는 기대 하에 열어 봤다는 것,
그러나 초기작도 읽기 쉽지는 않았다.

소설 속에서는 비틀즈의 노래와 팝송과,
기형도와 그 외 다른 시, 노래가 한데 섞여 있어서
 어느 페이지를 읽을 때는 꼭 신인 가수의 앨범을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현이 내게 퍼부은 욕설마저도 욕을 넘어서서 잠깐 시적으로 들렸던 건,
지면 구성이 이래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와 재현은 무사히 자전거 여행을 마치지만,
이 곳에서 그들이 모를 누군가들이 수없이 많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은,
꼭,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실린 시나 노래에 대해서는 작가가 직접 해설을 달아 놓았다.
 
몇 페이지까지 읽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앞에서부터 읽어보니 무겁게만 느껴지던 소설 속에
약간의 위트와 유머도 섞여 있었다.
 
+) 7번 국도는 실제 지명이었다.

++)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 여행도 해 보고 싶다는 것.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고은, 무중력증후군  (4) 2009.06.18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르 클레지오. '황금물고기'  (0) 2009.05.04
정장을 입은 사냥꾼  (0) 2009.04.28
얼음 속의 처녀  (4) 2009.04.21
,

르 클레지오. '황금물고기'


황금 물고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르 클레지오 (문학동네, 1998년)
상세보기


르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

이 책엔 라일라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참고로, 그녀의 이름은 '밤' 을 뜻한다고  합니다.
왜 이름이 하고 많은 것 중에 '밤'을 뜻하는지,
그리고 왜 제목이 '황금 물고기'인지 궁금했지만,
끝까지 읽고 보니 알 것 같더군요.

그녀는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납치되어서,,..
그것도 자루 속에 넣어져서 말이죠.
멀고 먼 아랍 땅으로 왔습니다.
랄라 아스마네 집에서만 지냈던 그녀는, 아스마의 사고를 계기로 바깥 세상을 알게 되는데요...

그 바깥 세상은 라일라에겐 두려운, 그렇지만 한편으론 탐구의 대상이었답니다.

아랍에서, 프랑스로, 그리고 미국으로,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녀.

회귀 본능이라 할까. 연어가 생각났는데.
그녀가 연어와 다른 점은, 연어는 마지막 힘까지 다 짜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알을 낳고 죽는 반면,

그녀는 끝까지 버티고, 마침내 '살아남았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라일라의 고향은 어디일까.
그리고 아울러 이 책을 읽고 있는 저는 어디서 온 사람일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에 든 부분들이 더 많았지만,
이 정도만 소개하겠습니다.



'독서도 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7번 국도' 를 읽고 나서,  (0) 2009.06.17
정장을 입은 사냥꾼  (0) 2009.04.28
얼음 속의 처녀  (4) 2009.04.21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0) 2009.03.27
,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