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입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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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소설 당첨, 이번엔 교양서 <정장을 입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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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페이지 중에서) 
 
  진화는 계획하지 않는다. 진화는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불합리한 것을 생산한다. 그래서 진화의 노선은 우회와 반전으로 가득 찬 아주 복잡한 길로 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일바적인 환경조건에 가장 잘 대처하는 생명체에게만 오직 생존기회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진화이다. 다시 말해 진화는, 전적으로 우연히 생성된 수많은 변이 중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변이만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수백만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몇몇 선조는 마음에 드는 장소나 기후에서 살 특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우리의 선조가 된 인류는 환경조건에 딱 맞는 특성을 갖춘 행운을 ‘그냥’ 얻게 되었고, 그래서 계속 종족을 보존하고 차츰차츰 발전해나갈 수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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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결국 우리는 원시인, 우리는 진화하지 않았다’ 라는 것을 말한다.
 11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우리 안에 아직도 원시인의 모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 남아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 이 책에서는 인류의 기원을 네안데르탈인으로 보았다.
 (현생 인류의 조상은 크로마뇽 인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의 조상이라고 ‘가정’한 우구르와 발라, 그들의 행동은 지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지금은 여자도 어떤 면에서는 ‘사냥’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나만의 생각일까.

  캠프나 엠티에서 모닥불 앞에 앉으면 왜 낭만적인가를 알 수 있었고, 로고, 13공포증 등의 이야기도 흥미있었다.
 불안과 공포를 다룬 편도 흥미있었다. 그 중에 거미공포증,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긴 있나 보다. 왜 단 것을 좋아하고, 육식을 선호하고, 구역질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병과 통증’을 다룬 편에서는 거식증, 우울증, ADS 등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전자에 뿌리깊이 박힌’ 적의와 호의의 기원도 흥미로웠다. 181 페이지에 이런 말이 있었는데, “ 겉으로는 집단의 안녕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사회의 수많은 행동방식은 개인을 위한 것이다. 익사자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영웅이 된다. 그런 행동을 통해 그는 몇 가지의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면 이제 여자들은 그를 이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남자로 여길 것이다 ” 라고 설명했다. (왜 여기서 “누가 밀었어?” 이런 얘기가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 편도 흥미로웠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하게 되면 이 부분과 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일어날지는 , 모르겠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 편 처럼, 서로 오해가 있어서 쓸데 없이 많이 싸우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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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처녀


얼음 속의 처녀 (캐드펠시리즈 6)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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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나온 그대로, 중세적 로맨스, 모험 이야기가 어우러진 소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열 아홉 권보다도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현실이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달라서 이런 소설이 눈에 더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다시 읽어보니. 위의 '인상깊은 구절' 보다도 더 많은 문장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너무 길어서 밑에 글상자에 넣을 때 좀 많이 줄였다)
예전에 읽을 때는 미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보니 느낌이 다르다.
 
어찌보면 단순 추리 소설인데, 이 작가는 그 '단순'을 넘어서서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힘이 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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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상세보기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잃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죽어가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그냥. 갑자기, 꼭 읽고 싶었다.
급하게 읽은 책이라,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맘에 드는 구절을,, 전부 컴에 옮기느라 손가락만 바빠지고:::::::


1. 모든 일은 남양군도에서 왔다고 생각되는('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시작되었고, 사진으로 끝나 버렸다.그 사이에는 수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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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네므로. 
(중략)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을,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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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 와 정민의 만남, 사랑,
서로 대화하길 너무나 즐기는 그들.

그 대화가 때로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어려워서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
대충 넘기기도 했었던 부분들.
하지만 시대는 그들이 그냥 사랑하게 놓아 두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달라고, 징징 짜지도 않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쿨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이건 사랑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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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지, 내게 누구에게 나의 인생을 맡기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한 시대의 우울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면, 그래야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내 등에 떠메기로 나는 마음먹었다.(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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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독일 '여행'.그리고 독일에서 밝혀진 사실들.
바로, 그, 사진이 등장했고 , 사람들이 나오고,   
시대의 아픔과, 과거, 숨겨야만 하는 것, 추악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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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냐? 카비르. 신분이 뭐냐? 카비르. 직업이 뭐냐? 카비르.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해도 결국 나는 나였다.
그게 바로 내가 가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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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실과 거짓 사이에 끼인 '나'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나' 역시 할 이야기가 많았고,
결국 나와 정민, 베르크 씨, 강시우씨, 서진수씨, 정교수 씨, 안젤라,
이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휘말린(?)사람들, 혹은, 타인의 목숨을 대신해 살고 있는 사람들.
이미 과거를 한번 세탁해야만 했던 사람들,  등등.
한 개인의 상처가 모이고 모여서,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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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누구였는지,
그때 왜 그랬는지. 결국 우리는 알게 될 겁니다.
자, 이제 우리는 가야 하니까 조심해서 올라가세요.(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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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앞에 나오는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에 대해 알고 싶어서 검색창에 쳐봤는데,
웬걸, 거의..  전부 책 앞부분에 나오는 시만 나오는 것이었다.

** 문장을 너무 많이 따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계속 생각해 봐도, 좀 어렵다. 왜 제목이 ...이건지. 그리고 읽고 나서 내가 얻은 결론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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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

어느 자폐인 이야기.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가 나오기 10년 전에 씌여진 책.
평생 시설에서 살게 될 거란 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본인의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자기 안에서만 살 뻔했던 그녀가
자기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대단한 의지애 감탄했고.
그녀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조력을 제공해 준 주변인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전공 공부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빌려간 사람들이 문장에 줄을 하도 많이 그어 놔서,
 
난 왠만해선 줄은 잘 긋지 않는데..(결벽증인가?)
 

자폐증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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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상세보기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자폐장애를 극복한 (100퍼센트는 아니다)동물학 박사, 템플 그란딘의 이야기이다.

‘어느 자폐인 이야기’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책인데. ‘어느...’는 아직 못 읽었다.

이번에 새로 개설된 자폐성 장애아동 교육 과목과도 연관이 있다. 사실, 작년 정서행동 장애아동 교육 과목을 들을 때 자폐증에 대해서도 배웠다. 하지만 이번엔 심화되었다.

작년에 배운 걸 떠올리면서 읽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나름 책을 빨리 읽는다고 자부하나, 전공과목과 연관되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좀 힘들었다. 아니면, 템플이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나 같은 사람이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글만 읽어서는 템플이 도저히 자폐인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템플 박사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사례 조사 발표를 할 때 조원 중에 한 명이 템플 박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의 출처도, 내용도 부정확해서 최종본을 정리해서 발표할 때 빼 버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도저히 이 사람이 어떻게 자폐를 극복한 증거사례가 될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극복 사례가 되느냐 하는 질문세례를 받을까봐서였다.

  (사실, 발표하겠다고 해 놓고 제대로 조사 안 한 나도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과목을 들을 때 주교재에 분명히 템플 박사 얘기가 한 토막 나와 있었는데, 책제목까지는 아니었지만..) 발표를 하고 나서 교수님이 총평을 하시길, 아직 발표자들이 자세가 미숙한 것 같다고, 이젠 단순 사실만 나열해서는 안 될 것이며, 무엇이, 어떻게,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해서 정리해서 요약하고, 그렇게 발표를 하라고 하셨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내용은..자폐 극복 사례.. 류의 것들은, 아이가 자폐가 아니었거나, 아니면 아주 미세한 정도의 자폐증이라 증세가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까지 자폐를 극복한 사람 이야기는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좀 혼란스러웠다. 책의 서문을 쓴 사람 말대로,(서문을 쓴 이는 놀랍게도..올리버 색스 박사이다)  ‘정말 특이하고, 선례 없고, 어떤 면에서 보면 존재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자폐증에 대해서 띄엄띄엄 들어왔던 것들, 잡지나 TV 등의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들,

혹은 생리학, 심리학 서적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들어왔던 것을 이젠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들어야 겠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질문을 받아서, 나름대로 대답을 한다고 했으나, 상대는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다시 정리해서 말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못 했다.

 


* 내가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쓴 것인지 그것조차 혼란스럽다. 누구 또 이쪽에 관심 있는 사람, 아는 사람 있으면 코멘트 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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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쪽 중에서

올리버 색스가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 보면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되어 있다.

“손가락을 딱 튕기면 자폐인이 아닌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자폐증은 나의 일부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나 윌리엄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폐증은 내가 아니다. 자폐증은 나를 좌우하는 정보 처리의 문제일 뿐이다.” 누구 말이 옳은가? 나는 우리 둘 다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폐증 연속체의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고 싶지 않다. 나는 이 거대한 연속체에서 내 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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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 본 리뷰-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좀 급하게 읽고..급하게 다른 리뷰 게시판에 올렸던 아래 글.
똑같은 책을 받은 아홉 명의 글을 봤다.
짧지만 각기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들의 글. 잘 읽었다.
그냥...다시 써 보고 싶어서. 책을 다시 읽어보았고. 그리고 글이 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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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작전,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사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했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보이는 세계는 폭발했다.                        - ‘첼리스트’ 중


책 표지그림에서부터 절망과 슬픔을 느낄 수 있던 책.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먼저 읽었을 때보다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다시 읽어 보았다.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라는 레온 트로츠키의 한 마디로 시작하는 소설. 이 책은 ‘사라예보 점령’의 정확한 연대기를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실존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와 실제 있었던 여성 저격수(이름은 모른다) 이야기를 들은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 낸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순식간에 앞집 이웃이 총을 든 악마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곳에서  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애로처럼 총을 들거나, 아니면 케난처럼 겁을 내면서도 물을 구하러 가거나, 혹은 드라간처럼 겁을 내면서도 총에 맞은 사람을 구하려 애쓴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리스톱스키 부인처럼 모든 것이 끝나길 숨죽여 기다리거나 할 것이다. 스마일로비치처럼 포탄이 마구 떨어지는 도시 한가운데서 감히 음악을 연주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무참하게도 파괴해 놓았다.


   1992년 사라예보.  그 때 그곳에서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사라예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소설에도 나오지만 ‘프린치프 다리’ 장면.  1차대전의 원인이 되었던 1914년 사라예보 사건뿐이었다. 1992년의 사건을 신문, 잡지, 티브이에서 나왔었다 해도  오래 전 일이라,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 전의 잡지 기사에서도 봤지만 발칸 반도는 항상 ‘발칵’ 뒤집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좀 잠잠한 듯 하지만. 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일도 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첼리스트는 빵을 사러 왔다가 폭격을 받고 죽은 22인을 위하여 , 22일 동안 알비노니 아다지오를 연주한다. 그 기간 동안 반대편에서는 첼리스트를 죽이기 위해 저격수를 파견했고,  여성 저격수 애로는 그를 지켜야 했다. 사라예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였던 그가, 죽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첼로 연주밖에 없었고, 그는 22일간의 약속을 지키려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애로(Arrow).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이름은 화살이란 뜻이다. 하지만 본명은 아니다. 대학 사격 팀 선수로 활동할 때만 해도, 그녀는 본명을 쓰고 있었지만, 전쟁이 그녀를 이렇게 바꿔 놓았다. 그녀는 총을 잡았다. ‘스스로’ 무기가 되어서. 나와 몇 살 차이 안 나는 그녀는. 전쟁이 없었더라면, 소설에 나온대로, 아마 결혼하거나, 대학원까지 가서 좋은 직장을 얻었거나, 멋진 아파트에서 살거나, 저녁이면 친구들과 극장에 가거나,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망가져 버렸다. 그리고..그녀는 첼리스트를 지켜야 한다.



 그 많은 날 가운데, 어떤 특정한 날이 당신을 선택한다. 오후 네시에. 인생이란 자잘하고 불가피한 결정들의 연속이기에, 당신은 그저 뭔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덕 위의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고 폭탄을 날려보낸다. 그들에겐 아마 수많은 날 가운데 하루, 그저 폭탄 한 개 더 날린 것뿐이었을 수도 있다.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2부. ‘애로’ 중


  드라간, 전 두려워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두려워요.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고, 그래서 이 전쟁이 그냥 하나의 전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삶으로 완전히 굳어질까봐 두려워요                                                   -2부, ‘ 드라간’ 중


-그를 죽인 건 그가 내게 총을 쐈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라도 쏠까봐 그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선택의여지가 없었어요.

-물론, 그래. 하지만 이 일은 첼리스트와 아무 상관이 없네. 자네가 사라여줘야 할 시간이 온 거야.                                                         -3부. ‘애로’ 중

           
이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평범한 인물들’ 첼리스트와 여성 저격수 애로, 드라간, 케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한다. 첼리스트의 음악은 각자에게 잊혀진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메마른 그들의 가슴을 적셔 준다.


 첼리스트가 눈을 뜬다. 그녀가 그의 얼굴에서 보았던 슬픔은 사라지고 없다. 그녀는 그 슬픔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중략)첫 소절이 울렸지만 그녀에겐 들리지 않는다. 소리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다. 그녀는 이제 거기에 없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들어올려 빙빙 돌리며 웃고 있다.(중략) 그녀는 숨을 내쉬고, 방아쇠를 당긴다.

                                                                    -2부, ‘애로’ 중


 그는 첼리스트의 머리카락이 매끈하게 펴지고 그의 턱수염이 사라지는 걸 지켜본다. 더러운 턱시도가 깨끗해지고, 구두는 거울처럼 반짝반짝 윤이 난다. 케난은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곡을 예전에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왠지 무슨 곡인지는 알 것 같다.

                                                                    -3부, ‘케난’ 중


 애로는 항상 목표물은 자기가 스스로 정했지만, 어느 새 그녀는 살인부대 에딘 카라만 대령 부대에 강제 소속되고, 죄 없는 사람을 쏘라는 말에 그 곳을 박차고 나와 버린다.


-그렇다고 그가 우리를 죽여야 할 저들 중 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는 저들과 한패예요. 저들은 그의 아들들이고, 그는 저들의 아버지거나 할아버지거나 삼촌이예요. 저들은 우리의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과 삼촌들을 죽였어요.                                                              -3부,  ‘애로’ 중


 드라간 역시, 총을 맞을까봐 두려워했지만. 그는 점차 변했고, 자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길 건너편을 보니 카메라맨이 입을 떡 벌리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 카메라가 손에 들려 있지만, 아직 어깨 위에 걸쳐져 있지는 않다. 그의 모습도, 모자 잃은 남자의 모습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3부, ‘드라간’ 중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애로는 여태 자기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음악을 귀 뿐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절실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애로는 떨리는 현들의 느린 진동이 자기안으로 밀려들어오게 했다. 슬픔이 목구멍에 들어찬 덩어리를 들여올렸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4부, ‘애로’ 중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새벽에 들을 때와

햇살이 밝은 오전에 들을 때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참 많았지만. 이 정도로만 옮겨 둔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중략) 온몸을 감싸는 살아 있다는 행복감과, 언젠가 이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거라는 확신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로야. 그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지. 당신이 알던 그 여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어




*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영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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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스티븐 갤러웨이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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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는 우울증, 공허함,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읽으려 했으나 못 읽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읽다 보니 한번에 다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쟁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전쟁이라는 것조차 감각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죽은 22명을 위해,
22일 동안 연주하겠다고 약속한 첼리스트,
그리고 그를 지켜야 하는 여성 저격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 드라간, 케난. 등등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22일 간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을 다시 적셔 주었다.

하지만 22일째 되는 날, 첼리스트는 살고 저격수는 사라져야 한다.

읽으면서 영화 ‘피아니스트’ 에서, 폐허 속에 서 있는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생각났다.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순식간에 앞집 이웃이 총을 든 악마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 
내가 그런 곳에서 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애로처럼 총을 들거나, 아니면 케난처럼, 혹은 드라간처럼 겁을 내면서도 물을 구하러 가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리스톱스키 부인처럼 모든 것이 끝나길 숨죽여 기다리거나 할 것이다.
스마일로비치처럼 포탄이 마구 떨어지는 도시
가운데서 감히 음악을 연주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

읽으면서 우울증과 공허함은 어느 새 멀리 달아나 버린 것 같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새벽에 들을 때와
 햇살이 밝은 오전에
들을 때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책 뒤편에 있는 설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라예보 내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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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작전,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사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했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보이는 세계는 폭발했다.


-비록 나중에 벌어질 모든 일을 알고 있다 해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포기할 것이다


 

-온몸을 감싸는 살아 있다는 행복감과, 언젠가 이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거라는 확신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로야. 그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지. 당신이 알던 그 여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어.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레온 트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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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07.09.30)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황금나침반,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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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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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에 이 책이 들어왔다고 했을 때, 왠지 끌려서 대출하고 싶었는데, 이미 늦었다.
누군가 대출 중이었다. 학기 중에 시간 날때마다 대출하려 했는데, 그때마다 늘 대출중이었고,
한번은 예약도서가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는데, 못 가는 바람에 계속 못 보게 된 것이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것도 못 봤다) 못지않게 0순위를 다투었던 작품 같다.


난 산문집은 잘 읽지 않는다. 굳이 읽었다면 노신 산문집 정도일까.
(그것도 다 못 본 것 같다)주로 소설을 많이 읽고, 수필이나 명상집은 한권 정도 봤다고 해야 하나,
 시집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설 중에서도 추리소설류를 즐기는 편이다.


산문집을 읽어 보니 수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수필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수필은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허구에 바탕을 두고 쓸 수도 있다고 배웠지만,
이 산문집은 실제 경험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작가는 산문집 속에서 ‘J’ 라는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문득 중학생 때 일기장에 M에게, 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썼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나와 다른 점이,.. 나는 그냥 딘순사실들의 나열-뭐 하고 뭐 하고 뭐 했다-이라면,
 작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끄집어내서 더 크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 시 한 편씩 써놓고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흡입력 있는 글을. 처음 책 빌려온 날은 다른 책을 보느라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자기 전에 책 제목과 같은 ‘빗방울처럼…’편만 읽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맨 마지막 글이다. 
‘글을 마치며’ 편. 마지막 장에 싣기 좋은 글 같다. 



…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 lrl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해 비친다고. 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 우주를 다 준대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J. 비가 그치고 해가 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 하늘에 먹구름 다시 끼겠지요. 그러나 J,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 있습니다.


하나 더 추가.

 



… 핸드폰은 끄고 예전에 우리가 들었던 좋은 음악을 골라 친구에게 음악 메일을 보내며 잔잔한 일상을 알리는 그런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날의 바람 결에 관해서라든가 내리는 비를 맞고 선 가을 나무에 관해서, 밤에 관해서 별에 관해서 혹은 언젠가 우리가 밤을 새워 이야기한 오래전의 희망 같은 것을 적어보내면, 그러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뒤죽박죽된 CD장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노래를 하나식 들어보는 날, 그게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던 겨울날의 기억을 불러내거든 겨울날 그를 기다리며 마셨던 커피를 새로 끓여 마시고, 그 음악이 어떤 사람과 헤어진 후 나를 달래는 밤에 들었던 곡이라면 그대로 거실 바닥에 누워서 그날들의 슬픔을, 이제는 상처가 아물어서 언뜻 감미로워진 상처를 생각하면서 뒹굴거리고, 그런다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한가하고 심심하게, 달빛 아래서 술 마시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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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07.09.30)


사도세자의 고백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이덕일 (휴머니스트,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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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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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프로에서 최근에 사도세자에 대한 내용을 방송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다.
그것도 뒤주 속에 넣어서. 아주 엽기적인 방법이다.

사실 권력 앞에선 형제고 아들이고 부모고 뭐도 없다. 나이 탓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아들을 죽였다?
부분이. ‘정약용...’과 겹쳐서 좀 아쉽긴 했지만. 암튼 그랬다.

 

  사실 이 책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읽으려다가. 다른 책을 검색하고 싶어서 했던 게. 마침 있어서
그럼. ‘정약용...’은
나중에 보고(집에 있으니까) 이 책부터 먼저 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읽는데 좀 오래 걸렸다. 

 

  책 제목이 이래서 사도세자 입장에서 1인칭으로 쓴 소설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작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사실그대로 전달하는 데 충실했다. 그 과정에서 경종 독살설 등.. 
다른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동북공정에 맞춰서(?)일지. 사실 동북공정이 대두된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서명 운동 등 잠깐 붐이 일었지만. 그러고 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 올해 하반기 텔레비전 드라마는 주중, 주말을 안 가리고 전부 사극으로 편성되어 버렸다.
그 중 기대작이 다음주부터 방영한다는 ‘이산-정조대왕’이라는 드라만데. 볼 시간이..많을까?

 

  방각본 살인사건, 영원한 제국, 영조와 정조의 나라 등등...직접 읽은 책도 있고,
제목만 들어본 책도 있다. 더 많이 봤다면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같은 시대를 다룬 책 치고는
이덕일 책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중. 고교 암기식 공부론 절대 얻어낼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왕’자리라는 것이.
일단 싸워서 얻으면 좋겠지만. 그 승자마저도 세월은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결혼 문제라든지...

특히 외척 문제는 비단 정조 시대.
그 앞. 뒤세대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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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빠삐용을 읽고..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지. 교재 이외의 다른 책은 그냥. 빨리 읽고 덮어 버린다.


원체 책을 좀 빨리 읽는(?)편이지만, 요즘은 더 그렇다.


읽으면서..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또 한번 감탄했고,

(제 2, 제 3의 우주...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실제로 탐사하려면

정말 힘든데, 소설 속에서는 시간이 걸려도, 돈이 들어도 해 낸다. )


주요 등장인물들과  우주선을 타고 2광년에 달하는 거리를

천 년을 같이 여행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브와 엘리자베스가 처음엔 악연이었지만 뒤로 가선

오히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참.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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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나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우주여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소. 요즘 뉴스들을 봤소?모두 다 엉망진창이오. 이 지구는 우리의 요람인데, 우리가 다 파괴해 버리고 말았소. 이제는 지구를 치유할 수도, 예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소. 집이 무너지면 떠나야 하는 법이오.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현재 마지막 희망은 …… 탈출이라고 나는 믿고 있소. (47쪽)


<역설>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밤보다는 낮에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틀린 생각이에요. 낮에는 기껏해야 수십 킬로미터 정도밖에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늘에 있는 구름과 대기층 때문에 우리 시야가 제한되죠. 하지만 밤에는 …… 몇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별들도 눈에 보이죠. 밤에는 멀리 보입니다. 우주를, 그리고 시간을 보는 겁니다. (114쪽)



우리들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소.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겠지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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