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07.09.30)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황금나침반,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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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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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에 이 책이 들어왔다고 했을 때, 왠지 끌려서 대출하고 싶었는데, 이미 늦었다.
누군가 대출 중이었다. 학기 중에 시간 날때마다 대출하려 했는데, 그때마다 늘 대출중이었고,
한번은 예약도서가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는데, 못 가는 바람에 계속 못 보게 된 것이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것도 못 봤다) 못지않게 0순위를 다투었던 작품 같다.


난 산문집은 잘 읽지 않는다. 굳이 읽었다면 노신 산문집 정도일까.
(그것도 다 못 본 것 같다)주로 소설을 많이 읽고, 수필이나 명상집은 한권 정도 봤다고 해야 하나,
 시집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설 중에서도 추리소설류를 즐기는 편이다.


산문집을 읽어 보니 수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수필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수필은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허구에 바탕을 두고 쓸 수도 있다고 배웠지만,
이 산문집은 실제 경험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작가는 산문집 속에서 ‘J’ 라는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문득 중학생 때 일기장에 M에게, 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썼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나와 다른 점이,.. 나는 그냥 딘순사실들의 나열-뭐 하고 뭐 하고 뭐 했다-이라면,
 작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끄집어내서 더 크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 시 한 편씩 써놓고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흡입력 있는 글을. 처음 책 빌려온 날은 다른 책을 보느라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자기 전에 책 제목과 같은 ‘빗방울처럼…’편만 읽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맨 마지막 글이다. 
‘글을 마치며’ 편. 마지막 장에 싣기 좋은 글 같다. 



…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 lrl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해 비친다고. 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 우주를 다 준대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J. 비가 그치고 해가 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 하늘에 먹구름 다시 끼겠지요. 그러나 J,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 있습니다.


하나 더 추가.

 



… 핸드폰은 끄고 예전에 우리가 들었던 좋은 음악을 골라 친구에게 음악 메일을 보내며 잔잔한 일상을 알리는 그런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날의 바람 결에 관해서라든가 내리는 비를 맞고 선 가을 나무에 관해서, 밤에 관해서 별에 관해서 혹은 언젠가 우리가 밤을 새워 이야기한 오래전의 희망 같은 것을 적어보내면, 그러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뒤죽박죽된 CD장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노래를 하나식 들어보는 날, 그게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던 겨울날의 기억을 불러내거든 겨울날 그를 기다리며 마셨던 커피를 새로 끓여 마시고, 그 음악이 어떤 사람과 헤어진 후 나를 달래는 밤에 들었던 곡이라면 그대로 거실 바닥에 누워서 그날들의 슬픔을, 이제는 상처가 아물어서 언뜻 감미로워진 상처를 생각하면서 뒹굴거리고, 그런다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한가하고 심심하게, 달빛 아래서 술 마시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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