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당신? / 윤성희

거기 당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윤성희 (문학동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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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뒤표지에 씌인 말 그대로였다.

‘문장에 부사가 없지요. 형용사도 썩 제한되어 있습니다.
장면이 제시된 다음 설명이 뒤따르되, 논리적 맥락을 암시할 뿐 건너뛰기로 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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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이 간결했다.
  사실 이 책은,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을 검색해 봤다가 알게 된 책인데, 좀 어려웠다.
장면 전환도 한참 생각해 봐야 했고, 제목과 똑같은 '거기, 당신'도 두 번 세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그 남자의 책...’ 역시 한 번 읽고 나서는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읽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때보다 조금은 줄거리가 파악되는 듯 했다.

‘거기 당신?’을 포함해서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무언가 조금씩 결핍되고 모자라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명랑하고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책이 아니었고, 무언가 상실한 사람들, 조금은 어두운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그 어두움 속에 머물지만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보물지도를 찾아 떠났다가 허탕치지만, 식당이 없어진 그 자리에서 재기하는 사람들이라든가(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아이를 잃은 여자와 애인을 잃은 여자가 서로 마음이 통하면서 같이 일하게 되는 장면이(봉자네 분식집) 그런 것 같다.

작가는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기운 내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매운 음식을 먹는 게 최고예요. W가 가방에서 매운 소스를 꺼냈다. 맞아요. 슬퍼서 울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매워서 울었다고 말하는 게 덜 쪽팔리잖아요.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중)

벤치에 앉아서 손수건에 밴 딸기 냄새를 맡고 있었을 때, 어쩌면 그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어쨌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려 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년 봄이면 라일락나무는 더 튼튼한 뿌리를 가질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를 발로 툭 차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대상을 알 수 없는 증오가 솟구쳤다. 라일락 향기는 너무 짙었다. 직원들은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각자 품고 있던 행복했던 시절들을 떠올릴 것이다. 더 이상 그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도 이미 라일락 향기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뭇가지를 잘라서는 그 가지로 나무를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봉자네 분식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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