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하늘.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 놀이터가 있었고,

그 안에는 미끄럼틀이 있었다.

 

그녀와 그는 미끄럼틀의 계단을 올라갔고, 통로에 앉았다.

그는 가끔 여기 누워서 하늘을 본다고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보이나

주변이 아파트단지라 답답했다.

 

그들은 각자의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그녀의 가방 속에는 신상 휴대폰이 들어 있었고,

그녀는 혹시라도 그 폰이 어떻게 될까봐, 배긴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가방을 주면서 받치라고 했다.

 

다시 누워서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다시 쳐다봐도 갑갑했다. 아파트들만 없었어도 .

 

 얼마 후 일어났을 때 그녀는 쑥쓰러워했다. 전화 하나 때문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은 그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네 표정이 어떤지 알아?"

"어떤데요?"

 "볼 만질 테면 만져라. 이런 표정이야."

 "......................."

 

 

"내려갈까?" 그가 말했다.

"내려가죠." 그녀가 말했다.

 

그 때, 그와 그녀는, 그들의 눈에 비친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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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이기호)

미디어다음 문학속세상 연재글.



#1. 연재당시에 다 못 봤는데 (책보다가 화면으로 보면 집중이 잘 안되는듯)
나중에 다시 들어가 보니 없어져서 (아마 출판되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책으로 묶여서 나왔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마침 있어서...빌려왔는데 웬걸. 너무 얇다. (인터넷에 연재된 걸로 보면 좀 더 나올 것 같은데. 편집을 하면 이렇게 되나? 아니면 내용이 좀 바뀌었나? ) 맨 뒤를 살짝 봤더니...어라 ? 이거 편집된거네 ? (작가의 말에 보니까...인터넷에 올렸을 때의 분량 중에 절반을 줄였다고 했다)
아마...1부, 2부. 이런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후반부는 책엔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2. 시설에서 나와 버린 ‘나(진만)’와 ‘시봉’이 있다. 소설은 진만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그 둘은 시설의 ‘기둥’ 이었다. 시설의 ‘기둥’이자 ‘반장’인 그들의 하루 일과는 기가 막히다.
반장의 임무는 원생들의 죄를 일일이 물어서 나중에 사회복지사들 앞에서 고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설에서 일(포장)하고, 그곳에서 주는 약을 먹고, 고해성사(?)를 한다.
진만과 시봉은 시설의 여러 사람들에게 돌아가면서, 무슨 죄를 지었는지 묻고,
복지사들 앞에서 그 죄를 고해하고 무지하게 얻어 맞는다.
그리고 거짓말로 고해하고 얻어맞은 사실들에 대해선, 맞고 나서 그 사실들을 실행에 옮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저지르지도 않고, 맞고, 나중에 행동으로 옮기는...
뭔가 거꾸로 되었다. 어쨌든 간에 그냥 맞기만 하고 반항을 하지 못한다.


시설에 있는 사람들중 유일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 하지 않는 한 사람만 빼고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3. 여차저차해서 둘이 시설에서 나와서 시봉의 집으로 가지만, 시봉의 가족도 정상은 아니었다.
시연(시봉의 동생)과 같이 사는 남자는, 직업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듯)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시연을 때린다. 그렇지만 시연은 그를 떠나지 못한다. 왜일까....)
그리고 그는 처남들(?)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일 좀하라고 하고.
그 남자의 말을 듣고서 그 둘은 사과 대행업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봉과 진만 둘이서 대신 사과를 해 주는 것이다.
시설에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니면 남들의 잘못을 다 뒤집어쓰고 맞았듯이.
사회라는 더 큰 곳으로 나와서도, 대신 사과를 해 주는 것이다. (구타만 빠졌을 뿐 그들이 하는 일은 같다)
그렇지만 이들이 ‘대신’ 사과를 해 주는 장면이,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정말 잘못해서 사과한다기보다는 억지로 하는 것. 그리고, 정말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는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그리고 정말 사과를 해야 할 일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사소한 것들만이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차고 넘치는 죄들, 수 많은 죄인들, 그리고 은근히 죄를 권하는 사회. 본인이 정말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알지만 덮어 버리는 사람들. 진만과 시봉의 시선이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여러 부분들까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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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파울로 코엘료)


승자는혼자다.1 상세보기

승자는혼자다.2 상세보기

내 작품들 가운데서 빈번히 나타나는 주제 중 하나는 우리가 꿈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꿈들은 어디까지 조작될 수 있는 것일까? 수십 년 전부터 우리는 명성과 부와 권력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순응해야 할 진정한 가치라고 믿고 있다
                                                                                                   (저자의 말 중)

---------------------------
작가의 말을 보고 나서, 그럼 이 책은 꿈의 ‘조작’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꿈을 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시작 전에 나오는 글들이 있다.
그 글들은  성모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  누가복음 12장 22~27절,
월트 휘트먼의 <풀잎>,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다.
기도문은 왜, 복음은 왜 나오고, 시는 또 왜 나오는가,
아무리 읽어 봐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구절들이었다.
왜 이 내용들이 소설 앞머리에 등장한 걸까.  

시작부터 어딘가, 걸리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도대체 뭔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여기서 승자는 누구고 패자는 누가 되는 걸까.

 


 *  결국 다 연결되는 내용들

**  작가의 비판의식

*** 내 꿈은 ? 내가 원하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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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 연애조작단 (2010)

시라노;연애조작단
감독 김현석 (2010 / 한국)
출연 엄태웅,이민정,최다니엘,박신혜
상세보기

   시라노...어디선가 들은 이름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시작 부분을 살짝 놓쳤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안 하는' 연애대행사 이야기이다.
  극단 대표 병훈을 비록한 민영, 재필, 철빈 등이 지하 극장을 개조해 만든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극단을 하다가 생계 유지를 위해 급히 회사를 차린 것 같다.
이전에 그들이 연츨한 연극은 '시라노 드 베르쥬락',
실존 인물을 가지고 만든 연극인데, 아마 이것 한 편만 올리고 그 다음 작품은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작전이 성공하고 나서, 두 번째 의뢰인이 들어오는데,
두 번째 의뢰인 상용이 말하는 여자 희중은, 알고 보니 병훈의 옛 애인이었다.
병훈네는 상용에게 둘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려고, 상용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조사하고), 
뭔가를 연출하는데, 병훈이 희중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작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민영이 이를 눈치채고 이 작전에서 빠지라고 하지만, 병훈은 왠지 이번 작전을,,끝까지 밀고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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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오래된 사양의 컴퓨터,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을 멈추어버렸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고쳐보려다가 포기해 버리고 신경질적으로 본체를 한 방 걷어찼는데 어마나,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을 시작했다. 오, 한순간에 기계가 폭력을 이해하는 경지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니! (80p) 


(위 부분은 본문 중 재미있었던 부분)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나는 내가 흐르지 않아도 시간은 잘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리고 나는 언제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직도 깨닫고 있지 못한 것일까. 


두 번 읽은 책, 한번은 글만 중점적으로 보고, 다음 번에는 세밀화를 다시 찾아보느라고 

다시 읽게 된 책이다. 일반 삽화도 아니고 세밀화라 더 열심히 들여다 본 책 같다. 

(화가가 사라져가는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되살려내는 것을 소명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여 더 끌린 듯)  

이 책은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서 뽑아서 만든 책이라고 알고 있다.
집필 활동 때문에 온라인 활동을 안 하거나 상대적으로 멀리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140자 안에 웃음, 눈물, 감동, 생각할 거리, 등등...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책날개에 쓰여 있는 경력을 보면서 글을 참 많이 쓰셨다는 생각을 했다.  

책 본문 중에서도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친 경로가 보인다. 

 아마도 언젠가 뜻도 모르고 수첩에 메모한 글도 그의 글이었다.  



각 장에 붙은 소제목, 책제목은 어디 나와 있는가 찾아보았는데....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별을 오각뿔로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지구에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이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시계가 깨진다고 시간까지 깨지는 것은 아니다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본문 내용과 상관 없이 새로 만드신 건가요 ?? 소제목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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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어디선가나를찾는전화벨이울리고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문학동네, 2010년)
상세보기

  대학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걷는 학생들이 그들을 찾는 전화 한 통 때문에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 전화는 학생 시절 자신들에게 끝없이 ‘생각하기’를 요구했던 윤교수의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을 부르는 전화였다. 8년 만에 전화를 건 친구에게 "어디야?" 라고 담담하게 묻기만 할 수 있을까.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친 친구도 아니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윤, 명서, 미루, 단)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 답답한 시대 속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건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단지 시간이 오래 지났을 뿐,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군가 대답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하루하루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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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2008)

여행의책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프랑스에세이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서문에서 공기의 세계, 흙의 세계, 불의 세계, 물의 세계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는 길.
나의 기원을 만나고, 나아가 나 뿐만이 아니라 온 우주를 만나는 여행.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나를 보는 여행이다.
책 속 화자가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읽는 독자 자신이 여행을 하는 책이다.
여행을 쭈~욱 하고 싶으면 계속 읽고, 싫으면 덮어 버리면 그만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베르베르 소설을 읽다 보면 평소에 잘 쓰지 않은, 혹은 잊고 있던 우리말들이 종종 등장한다. (읽다 말고 일일이 찾아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나마 이건 얇으니까 다행인데 다른 건 길어서, 그 두꺼운 개미를 읽을 때 잠깐 메모를 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
개미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번역하신 분이 언어를 잘 선택하시는 것 같다.

-소설이 끝나고 맨 마지막에.. 부록(?)이라 할까.
작가가 집필을 하면서 들었다는 노래들이 나와 있었다.
거의 다 모르는 곡이지만 한 번쯤 찾아서 듣고 싶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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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이 러브 유(New York, I Love You, 2009)

뉴욕 아이러브유
감독 이와이 슌지,파티 아킨,미라 네어,강문,이반 아탈,셰카르 카푸르,랜달 발스메이어,브렛 래트너,나탈리 포트만,조슈아 마스턴,알렌 휴즈 (2009 / 프랑스,미국)
출연 브래들리 쿠퍼,샤이아 라보프,나탈리 포트만,블레이크 라이블리,저스틴 바사
상세보기

'뉴욕, 아이러브 유'는 '사랑해, 파리(2006)'처럼 옴니버스식 영화이다.  
이런 옴니버스식 영화의 장점이라면
상영시간 동안 여러 가지 스토리를 보고, 여러 배우들을 보고 
그 장면들을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 
반면에 단점이라면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에 끊기니까
시청자들(옴니버스식 진행을 싫어하는 시청자들)이 그걸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들에게 ‘이것이 뉴욕이다’ 라고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어쩌면 뉴욕에 대해 품고 있었던 환상이 깨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뉴욕도 지구상의 한 도시일 뿐이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사랑하고 그렇게 지내는 곳이다,
라고 보여 주는 것 같다.

전작인 '사랑해 파리'에서는 지금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
뉴욕 편은 그나마 파리보다는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사랑의 빛깔(?)은 어디서든 마찬가지인 것일까 ?

 

+) 보면서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러 배우들...어디선가 봤는데...낯익은 얼굴들이 많아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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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가비(Gabi: A True Story,1987)

기적의 가비
감독 루이스 만도키 (1987 / 멕시코,미국)
출연 리브 울만,노르마 알레안드로,로버트 로지아,레이첼 샤갈
상세보기

(2010. 4)

  작년에 본 블랙 이후로 장애 관련 영화를 또 보게 되었다.
블랙은 여럿이 눈물 콧물 훌쩍거리면서 봤는데, 이건 혼자 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픽션인 블랙을 눈물을 흘리면서 봤는데,
실화인 이것을 볼 때는 눈물이 그 몇 배로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끝까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른 눈을 가끔씩 깜박거려 가면서, 조금은
무덤덤하게 본 것 같다.

  가비(가브리엘)과 유모의 첫 만남, 발을 이용한 의사소통,
가비의 학교생활, 좌절, 실패, 성공,
유모의 헌신, (왠지 가족이 유모만큼 헌신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비 집안의 재력은 상당한 것 같은데, 
그 가족들의 정신력이나 의지력 등 이런 것들이 왠지 돈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비가 사립 특수학교(아마도 사립인 듯)를 졸업하고 나서 공립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까지 진학하였는데,  이 때 부모나 다른 가족의 격려라든가 이런 것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요양원에 있던 가비의 모친이 돌아올 때 집안을 가득 채운 그 꽃들 하며-, 그 꽃뿐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돈의 힘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꽃을 치우는 건 전부 유모의 몫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유모.. 자기의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가비를 돌본 유모.
아마 유모도 처음엔 그냥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집 주인님이 예쁜 딸을 낳았네 라고 생각했을 듯.
그러나 가비가 신체의 다른 부분은 사용할 수 없고, 발을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처음 밥을 주게 된 사람은 부모가 아닌 유모였다.
나아가 학교생활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도와주어야 했고, 글을 몰랐던 그녀지만 가비와 같이 공부를 하게 되면서, 글을 읽게 되고, 가비가 발로 하나씩 짚는 알파벳 판을 다 읽어서 일일이 통역을 해 주는 등... 유모는 공부를 돕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유모는 자신의 가족, 친척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떠나려면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다. 

  가비가 나중에 유모에게도 고맙다고 영화 말미에 인사를 한다.
(그렇지만 그 인사 한 줄과 바꾼 그녀의 인생은? )
  영화 초점은 가비의 인생에 맞추어져 있지만, 유모도 지나칠 수만은 없던 캐릭터였던 듯.
주인공은 가브리엘이지만 내게는 유모가 더 크게 보였다.
가비같은 사람에겐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 역할을 유모가 혼자 담당하기엔 너무 버겁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 눈엔 유모가 1인 다역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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