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그리고, 안녕

할 말이 있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러나

 

그는 웃으면서 그녀를 본다.

그녀가 고개를 들지 않자 자신이 머리를 낮추어 그녀를 본다.

 그래도 눈을 마주치지 못 한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속에 담아둔 말은 꺼내지 못하고,

그가 묻지만 그녀는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작별시간이 다가온다.

 

그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쪽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감싸고 있다.

개찰구 앞에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린다. 작별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악수를 ? 가볍게 포옹을? 아니면 그냥 손 흔들면서 안녕이라 해야?

손만 흔들긴 뭣하고, 악수만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면 남은 하나로?

그런데 저 커피가 신경 쓰인다. 어떻게 하지?

주위 사람들 시선도..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인데.

 

고민 하다가 그냥 악수를 하면서 안녕. 한다.

그리고 몇 발자국 걸어가다 멈칫 한다.

다시 돌아가서, 안아줄까. 머뭇거리며 그 쪽으로 다시 간다.

 

그러나 그뿐, 더 이상 발이 나가지 않는다.

가볍게 손을 흔든다. 그는 가볍게 경례를 한다.

그런 그를 보며 미소 지으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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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5번 출구

버스는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 버리고,

다음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까 내렸어도, 이번에 내려도 상관은 없지만,

이번에 내리면 환승하기 조금 불편하다.

 

중간에 차가 막힌다, 얼른 내리고 싶은데.

그런데. 이 길, 어딘가 낯이 익다

아.. !

여긴!

 

잠시 후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녀는 내렸다.

 

5번 출구 주변은 여전히 혼잡했다

 

기대 반 설렘 반이었던 그 때.

지나가는 사람들과 건물을 쳐다보면서, 두리번거렸던 때.

옷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른들 사이에서 혼자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던 그 때.

 

그 날 이후로 그곳은 항상 추억 절반, 아쉬움 절반으로 남았던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그녀는 이제 그곳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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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하늘.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 놀이터가 있었고,

그 안에는 미끄럼틀이 있었다.

 

그녀와 그는 미끄럼틀의 계단을 올라갔고, 통로에 앉았다.

그는 가끔 여기 누워서 하늘을 본다고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보이나

주변이 아파트단지라 답답했다.

 

그들은 각자의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그녀의 가방 속에는 신상 휴대폰이 들어 있었고,

그녀는 혹시라도 그 폰이 어떻게 될까봐, 배긴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가방을 주면서 받치라고 했다.

 

다시 누워서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다시 쳐다봐도 갑갑했다. 아파트들만 없었어도 .

 

 얼마 후 일어났을 때 그녀는 쑥쓰러워했다. 전화 하나 때문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은 그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네 표정이 어떤지 알아?"

"어떤데요?"

 "볼 만질 테면 만져라. 이런 표정이야."

 "......................."

 

 

"내려갈까?" 그가 말했다.

"내려가죠." 그녀가 말했다.

 

그 때, 그와 그녀는, 그들의 눈에 비친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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