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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곱 번째 파도 2010.01.23
  2.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2 2009.06.18

일곱 번째 파도

 일곱 번째 파도. Alle sieben wellen
작년에 읽었던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후속편이다.

 잘못 보낸 이메일로 시작된 낭만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새벽세시.>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검색을 하다 이 책을 찾게 되었고, 찾아 읽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다.


  작가는 후속편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인해 2편을 썼다고 한다.
2편을 읽으면서 이 두 사람이 밀고 당기기를 너무 오래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중간도 못 가서 결말이 어떻게 되나 하고, 뒤를 봐야겠다. 지겹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남들의 이야기를 인내심 있게 듣지 못하는(?)건가. 나와는 상관없는 남들의 이야기를, 줄글의 연속을 보고 있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는 에미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기타 다른 것도 묻는다.
그들은 하루에 한 가지씩만 묻기로 규칙을 정하지만 때론 규칙을 깨기도 한다.
처음엔 아래처럼 많이 물어보다가, 규칙을 정한 것이다.

   세번째 항목입니다. 당신에게 부족한 게 뭔가요?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죠?
내가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내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나요? 앞으로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관계가 계속되어야 하나요? 계속된다면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죠? 당장 대답하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며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봐요. 여유를 가져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106쪽)



  그에 대한 에미의 대답은 이랬다.

   왜 당신에게 메일을 쓰느냐고요? 그럴 마음이 내켜서요. 그리고 일곱 번째 파도를 말없이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요.
이곳 사람들은 무척이나 거칠고 고집스러운 일곱 번째 파도가 있다고들 해요.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하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곱 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 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게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 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 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255-256쪽)

  본문에서도 인용했듯이. 일곱 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는 파도라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에미는 일곱 번째 파도라는 것은 없었다고, 환상이었다고 말한다. 이럴 수가. 
 그런데 읽다가 일곱 번째 파도의 전설이, 7이라는 숫자가.
 조금 다르게 본다면 꼭 그들의 오프라인 모임 횟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가 일곱 번째 파도의 전설을 말해 주는 곳은 베른하르트와 다시 합치려고 갔었던 휴양지에서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이혼을 하고, 레오는 자신이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사람과 결별하게 된다 . 이리하여 에미와 레오가 맺어지게 되었다.
  결론은 해피 엔딩인데. 에미와 레오의 입장에서 본다면 잘 된 건데 주변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씁쓸하고 잘 못 된것이다.

  한편 ,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몇 시간째 계속되는 채팅을 보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는 거의 2년 가까이 걸렸지만. 결말이 나 버린 마당에 이 이야기는 꼭 하룻 밤 사이의 채팅 같았다,
읽고 나니 전반부보다는 후반부 내용이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도 있었다.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계기는 통신의 발달이라는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하는 당연한 생각도 들고,

  이메일이 아니고, 아마 손편지였다면?
 에미 성격상 답답해서(?) 기다리기 힘들어 하는(?) 것이 더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이끌어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론을 내린다면. 결국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는 것과,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뻔한 결론이다.

하지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에 조금은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외려 신선한 느낌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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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다니엘 글라타우어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1. 읽으면서 며칠 전에 길가에서 들은 터보의 'cyber lover' 가 생각났다.

  속상했던 일이 생겨도/마음이 서글퍼질 때도/너와의 얘기속에 어느샌가 사라져/ 왜 내 마음이 설렐까/
  아직 한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게 이런느낌 생길수가 있을까/...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이게 무슨 소리야 했는데,
지금 들으니 어쩌면 이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노래와 소설은 차원이 다르지만)

#2.잘못 걸려온 전화, 잘못 들어온 문자,
혹은 잘못 들어온 이메일. 당신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
그냥 무시하지 않나? 나 같아도 신경 쓰지 않겠다.

 그 여자, 에미 로트너,
직업상 홈페이지 관리를 하고 있었다.
잘못 보낸 메일 한 통 때문에 레오 라이케를 알게 되었다. 

그 남자, 레오 라이케.
대학교 언어심리학 조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
 이메일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3.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메일 내용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에미의 완벽한 가정에 과연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생각해 봤는데, 결국 이거였구나.
미아나 소냐나 베른하르트나 마를레네나.
결국은 레오와 에미의 관계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계는 철저히 레오와 에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였다.
그들 중심으로 돌아갈수록 바깥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서로에게 집착하게 되는. 그런 세계.

스포일지는 모르지만. 에미와 레오가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 말대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순간, 온라인에서 지속되는 관계는 끝이라는 것을.
하지만 절정으로 갈수록 그들은 서로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거부하면서도 한편으론 서로를 원한다.
제목 그대로 새벽 세시까지 마치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듯, 끝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바람이 부나요 ? 라고 까지 물어가면서.

우리는 환상 속의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 서로에 대한 몽타주를 작성하고 있어요.
질문을 하지만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게 그 질문들의 매력이죠. 그래요,
우린 서로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걸 피하면서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꾸 자극하고 계속 부채질해대고 있어요.
우린 행간을 읽으려 애쓰죠. 상대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안간힘을 써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질적인 면만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조심 또 조심해요.
‘본질적인’ 것이라는 게 뭘까요? 우린 자기 생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어요.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자기에게 중요한 무언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지요. (레오)


아. 이 불륜 커플. 뭐냐.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중에는 조금 지루하기까지 느껴 졌던 건. 왜일까?

매 순간 순간, 손과 머리를 이용해서 빚어내는 언어들의 조합에
매료되었는데도 .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레오. 당신은 정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자극히 목표 지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그게 저를 점점 긴장하게 만들어요.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죠. 당신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저에게 ‘미칠 듯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거의 병적인 무관심을 드러내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저를 번갈아가며 화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만들기도 해요.
지금은 솔직히 말해 유쾌한 쪽이죠. (에미)

에미, 우리가 이메일을 사흘이나 쉬었군요.
슬슬 다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레오


#4, 결말. 반전. 그리고 끝.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태까지 이들이 나누었던 언어는 레오 말대로 자판을 훅 불고, 컴퓨터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그런 것이었나.

누군가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찾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단순히 찾은 것을 넘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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