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해당되는 글 2건

  1. 뽑아 본 문장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2009.03.28
  2.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2009.03.27

뽑아 본 문장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1. 그 순간 정민이 왜 그 이야기를 떠올렸고, 또 내게 들려주려고 마음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이야기는 씨앗처럼 내 마음 한구석에 뿌려졌다. 그 씨앗이 과연 어떻게 싹을 틔울지 당시의 나로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나의 결론은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으리라는 것이었다. 사랑은 입술이고 라디오고 거대한 책이므로.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네므로.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세계라는 것이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이 세계의 모든 것들과 아름답게, 이토록 아름답게 연결되므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을, 오직 존재하는 것은 서로 닿는 입술의, 그 손길의, 살갗의, 그 몸의 움직임뿐이라는 것을 그도 알았더라면.



2.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지, 내게 누구에게 나의 인생을 맡기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이제 더이상 서울의 변두리를 걸어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또 현대사를 온몸으로 뚫고 지나온 다른 어른들이 그랬듯이, 한 시대의 우울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면, 그래야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내 등에 떠메기로 나는 마음먹었다.



3.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무주에서 정민과 나란히 누워 바라본 밤하늘처럼 인생은 광활하고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해 여름 헬무트 베르크에게 들은 얘기 중에 이런 게 있다. 누군가 인도의 시인이었던 카비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카비르. 신분이 뭐냐? 카비르. 직업이 뭐냐? 카비르. 나는 이 세 번의 카비르라는 대답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나 역시 몇 번을 스스로 물어도 나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해도 결국 나는 나였다. 그게 바로 내가 가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4. 1980년대식 사랑. 그건 바로 대학교수인 상희가 이길용에 대해 품었던 감정 같은 것이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우울증, 강한 상대에게 품게 되는 열등감, 선한 사람이 마땅히 가지는 죄책감 등이 압도적인 폭력의 시기를 만나게 되면 때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나로서는 어디서 어디까지를 일컬어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19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감정들, 예를 들어 증오심이나 복수심, 혹은 공명심 등을 사랑으로 오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므로 이 아무런 의지도 지니지 못하는, 폭력적 시대의 도구에 불과한 인간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연민의 감정은 절대로 사랑이랄 수 없었다. 그건 증오심과 복수심에 딸려나오는 여분의 감정일 뿐이었다. 아무리 베르크 씨가 증오는 하나이고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 사람만은 달랐다.




5.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누구였는지, 그때 왜 그랬는지. 결국 우리는 알게 될 겁니다. 자, 이제 우리는 가야 하니까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중략) 잘 가, 안녕. 나는 손을 들어 흔들면서 또 한번 중얼거렸다. 안녕이라고.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1991년 10월 어느 날 해질 무렵, 나는 한때 내가 살았던 어떤 뜨거운 시절에게 작별인사를 던진 것이라고.



6. "해진 티셔츠, 낡은 잡지, 손때 묻은 만년필, 칠이 벗겨진 담배 케이스, 군데군데 사진이 뜯긴 흔적이 남은 사진첩, 이제는 누구도 꽃을 꽂지 않는 꽃병. 우리 인생의 이야기는 그런 사물들 속에 깃들지. 우리가 한번 손으로 만질 때마다 사물들은 예전과 다른 것으로 바뀌지. 우리가 없어져도 그 사물들은 남는거야. 사라진 우리를 대신해서. 네가 방금 들은 피아노 선율은 그 동안 안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곡이 됐어. 그 선율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에는 몰라.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와 같은 거지. 산 뒤에 표에 적힌 출발시간을 보고 나서야 그 기차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차표처럼. 안나가 보내는 편지는 그런 뜻이었어.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7.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잃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죽어가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우리가 빠른 걸음으로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침대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눈 뒤 식어가는 몸으로 누웠을 때, 눈을 감고 먼저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몇 개의 문장으로 자신의 일생을 요약한 글을 모두 다 썼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는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꾸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세계가 탄생했다. 실망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아갈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자!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 설사 그 일이 온기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자 협잡꾼으로 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가 바로 우리에게 남은 열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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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arvatus.egloos.com/3406801
 
오랜만에 들러본 김연수씨 블로그. 그 '사진'도 어떤 건지 알게 되었고,
사운드 트랙이 있었다니 ::(몰랐다) 기간이 지나서 들을 수 없다능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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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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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잃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죽어가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그냥. 갑자기, 꼭 읽고 싶었다.
급하게 읽은 책이라,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맘에 드는 구절을,, 전부 컴에 옮기느라 손가락만 바빠지고:::::::


1. 모든 일은 남양군도에서 왔다고 생각되는('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시작되었고, 사진으로 끝나 버렸다.그 사이에는 수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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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네므로. 
(중략)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을,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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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 와 정민의 만남, 사랑,
서로 대화하길 너무나 즐기는 그들.

그 대화가 때로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어려워서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
대충 넘기기도 했었던 부분들.
하지만 시대는 그들이 그냥 사랑하게 놓아 두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달라고, 징징 짜지도 않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쿨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이건 사랑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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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지, 내게 누구에게 나의 인생을 맡기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한 시대의 우울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면, 그래야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내 등에 떠메기로 나는 마음먹었다.(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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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독일 '여행'.그리고 독일에서 밝혀진 사실들.
바로, 그, 사진이 등장했고 , 사람들이 나오고,   
시대의 아픔과, 과거, 숨겨야만 하는 것, 추악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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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냐? 카비르. 신분이 뭐냐? 카비르. 직업이 뭐냐? 카비르.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해도 결국 나는 나였다.
그게 바로 내가 가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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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실과 거짓 사이에 끼인 '나'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나' 역시 할 이야기가 많았고,
결국 나와 정민, 베르크 씨, 강시우씨, 서진수씨, 정교수 씨, 안젤라,
이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휘말린(?)사람들, 혹은, 타인의 목숨을 대신해 살고 있는 사람들.
이미 과거를 한번 세탁해야만 했던 사람들,  등등.
한 개인의 상처가 모이고 모여서,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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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누구였는지,
그때 왜 그랬는지. 결국 우리는 알게 될 겁니다.
자, 이제 우리는 가야 하니까 조심해서 올라가세요.(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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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앞에 나오는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에 대해 알고 싶어서 검색창에 쳐봤는데,
웬걸, 거의..  전부 책 앞부분에 나오는 시만 나오는 것이었다.

** 문장을 너무 많이 따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계속 생각해 봐도, 좀 어렵다. 왜 제목이 ...이건지. 그리고 읽고 나서 내가 얻은 결론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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