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뒤마의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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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이 잘 맞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뭉쳐 다닌다. 그 수가 몇이냐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리 있는데, 이를테면, 어떤 집단 중에 셋이 가장 친하다면 삼총사, 넷이면 사총사, 다섯이면 오총사, 이런 식이다. 이 소설이 언제 우리 나라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총사’ 라는 말은 흔히 들었던 말이다. 그 말은, 뒤마 소설에서 비롯되어 유행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겐 ‘총사’보다 ‘형제’가 더 익숙할 수도 있다. 독수리 오형제, 임꺽정과 일곱형제들.. 어디선가 들어봤던 제목일 것이다. ㄱ사 요약본을 먼저 읽어버려서(요약본이지만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해 놓았다. 너무 빼 버려서 이건 뭘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장면이 삭제되었을까 생각하면서 읽어 봤다. 삭제된 장면은 상상 이상이었다. 요약본과 다른 점은,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머리말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 덕에 뒤마가 어떤 책을 참고해서 이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본 만화가 생각났다. 그 애니메이션은 사람 대신 개들이 사람처럼 나오는 것인데, 개한테 다르타냥 등의 이름을 붙인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생각나는 한 장면이 있다. 개 한 마리가 이만 물러가겠다고, 뒷걸음치면서 오른발을 올렸다 내렸다를 서너번 반복하다가 그만 문하고 부딪히는 장면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인데, 아마 재방송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끝까지 다 틀어주지 않고 끝난 것 같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외에 새로 허구 인물 몇몇이 추가되고, 줄거리도 약간 달랐던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만 해도 10편이 넘는다고 하는데, 영화는 못 봤다. 그 대신 ‘아이언 마스크’를 봤는데, 그것도 정식으로 본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주말의 명화’ 이런 걸로 틀어 주는 것을 중간부분부터 본 것 같다. 거기 익숙한 이름 몇 개가 나오지만, 배경은 ‘삼총사’와 달리 루이 14세 때인 것 같다.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삼총사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인 이것은 시골 청년 다르타냥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떻게 출세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프랑스와 영국 간의 갈등, 그리고 루브르 궁 내부의 갈등…등 여러 가지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

  나는 책이 두꺼우면,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할 때를 대신해서 이야기 맨 뒷부분이나 해설편을 먼저 읽어버릴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순서대로 읽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해설까지 다 읽었다. (그런데, 이해를 못하겠다)
주인공은 다르타냥이지만, 작가는 주인공 이외의 다른 인물들도 골고루 배치해 놓았다. 루이 13세와 안느 왕비, 리슐리외 추기경, 트레빌 등의 인물에서부터, 이름만 나오고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까지. 

  읽으면서 의외다 싶은 생각이 든 부분은, 자존심 없는 귀족과 왕족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가난하지만, 왕 앞에서 돈을 받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다르타냥, 그리고 무슨 이야긴가를 하다가 “사실 나도 돈이 없어” 라고 말하는 안느 왕비.(뒤마는 이 부분에서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리고 아무리 잘 사는 집안 자제일지라도 귀족 아가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애정 관계를 값비싼 선물로 덮어버리려는 여자들 이야기를 한 부분도 있었다. 다르타냥과 그 친구들은 군인이면서 동시에 귀족이라(총사대원 모두가 이렇지는 않았겠지만), 소득이나 월급도 어느 정도는 나올 텐데, 왕 앞에서 손 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루이 13세는 다르타냥을 칭찬하는 동시에 다르타냥의 출신 지역 사람들은 가난하다던데 이런 말까지 한다. 내가 다르타냥이었다면 상당히 기분 상했을 말인데, 다르타냥은 이 대목에서 화를 내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도 있다. 보통 추기경 하면 고령의 나이에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영적인 싸움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뒤마도 후세인들이 생각하는 추기경의 이미지를 대략 이런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추기경은 군인이면서 동시에 정치가이기도 하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왕과 왕비를 제 손 위에 놓고 주물럭거리는 인물이다. 요즘 추기경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 리슐리외라는 인물은, 소설 상에서 왕과 왕비 사이를 교묘히 이간질시키기도 하고,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얼른 그 둘을 화해시킬 줄도 안다. 그리고 비록 다른 편이지만, 뛰어난 인물은 자기 편으로 잡을 줄도 아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기 밑에 있지만 언젠가 해가 될 인물은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없앨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밀정인 밀레디가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버킹엄 공작을 죽였듯이. 밀레디는 버킹엄 암살 사주 뿐 아니라 그 이전, 이후에 저지른 일들이 모두 밝혀져서 다르타냥과 그 친구들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밀레디가 만약 살아 있었더라면, 추기경에게도 상당히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추기경이 누군가를 시켜 그녀를 죽이지 않았을까. 

 추기경의 장점은 닮고 싶지만, 무서운 면은 닮고 싶지 않다. 추기경도 추기경이지만, 다르타냥도 추기경 못지않은 인물이다. 출세를 위해 트레빌을 찾아가던 중에 한 건 ‘제대로’ 벌인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정식 총사들이나 근위대원에 뒤지지 않는 체력과, 뛰어난 머리로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후에는 추기경의 힘으로 근위대 부대장까지 오른다. 그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삼총사의 힘이 컸지만,(뒤마가 소설 제목을 사총사로 바꿨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르타냥이 총사대 부대장이 되는 것과 동시에 삼총사들은 제각기 흩어진다.
이런 허무한 결말이.


 
   “ 거 참 어렵네요!” 다르타냥이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거절했어요.”
   “  이봐, 친구, 그건 자네보다 더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야.”
그가 펜을 들었다. 사령장에 다르타냥의 이름을 써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이제 나에게는 친구가 없는 거로군요.” 젊은이가 말했다. “아! 이제 남은 것은 씁쓸한 추억뿐…….”
 그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볼을 따라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네는 아직 젊어, 젊고말고.” 아토스가 대답했다. “자네의 씁쓸한 추억이 달콤한 추억으로 바뀔 시간은 충분하네!” (3권, 추기경의 사자 중에서)




달콤한 추억도 있고 씁쓸한 추억도 있는 법이다.
 나에겐 어떤 추억이 더 많은지.
그리고 나의 씁쓸한 추억이 달콤한 추억으로 바뀌게 될 때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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