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연인들(1998. 스페인, 프랑스)

  멜로드라마가 꼭 비극으로 끝나야 된다는 법도 없고, 반대로 희극으로 끝나야 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끝나고 나서 그 여운은 은근히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든다.
구성과 전개가 독특했던 영화라, 그 흔한 '사랑'을 가지고 만들어졌지만.
보면서도 전혀 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터였다.

 '비극'이라고 미리 신문에서 봤는데, 신문 내용을 잊어버렸고,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신문을 펼쳐 보았다.
신문지상에 나오는 말로는 , 비극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평가하려 하지 말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때에 그 여운을 느껴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영화가 끝날 쯤에 알게 되겠지 하고 일단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두 주인공. 오토(Otto)와 아나(Ana)의 관점에서 각각 전개된다.
그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서로 다르게 바라본다.
그런 전개 방식이 독특하기도 했지만, 영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계속 바뀌는 장면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이 계속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끝날 때쯤 알게 될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하면서도.

  특이하게도 이 둘의 이름은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같다.그러한 공통점 때문에 끌렸을까?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그렇게 강했던 것일지. 아니면  아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정말 '우연히' 아나 앞에 나타난 오토 때문에,  아나가 오토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문득,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사람들은 결국은 비슷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끝없이 그리워하지만 결국 안 되는 사랑이 있었으니. 아나와 오토를 가로막는 '장벽'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척에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되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가 교수에게서 담배를 얻어 피우는 바로 뒤에서, 오토는 신문의 구직란을 뒤지고 있었고,
구직란에서 조종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오토의 할아버지 역시 조종사였다.
그러나 그는 그냥 조종사가 아닌, 군인이었고, 2차대전 때 발 밑 아득한 곳에 폭탄을 떨어뜨려야 했던 사람이었다. 
반면에 오토는 단순 우편 배달부였다.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나오고, 해석은 시청자가 하고.한번만 나오면 왜 그런지 모르니까. 계속 묻게 될까봐 그런 것이었을까?
처음에 신문지가 마구 날리는 것을 보고 내용을 짐작은 했지만,판타지적인 요소도 있었고(이를테면 스키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남자 등)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있었고. (어린 오토가 아빠 뺨을 때리는 장면이라든지)
빨간 버스인지 전차인지 모를 것이 계속 나오고

 비극이네. 하면서도 이상하게.. 별로 슬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슬프다기보다는 뭐라할까. 안타깝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단지 아나가.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아나의 눈 속에 담긴 오토의 모습 .
솔직히 그 장면은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공포까지 불러일으켰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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