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중에서

#1. 나는 그와 함게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그것은 프랑스의 것이 아니었다. 하밀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기를,
시간은 낙타 대상들과 함게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고 했다. 매일 시간을 조금씩 도둑질당하고 있는 노파의 얼굴에서 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다. 시간에 관해 내 생각을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 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사람들은 말없이 하나둘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3.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로자 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4. "로자 아줌마, 왜 내게 거짓말을 했어요?"
..............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나는 덥석 그녀를 끌어안았다.

#5.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쳦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대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
* 유태인들과 아랍인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소설 속에서만 가능할까..

** ..난 모모와 로자의 관계가 순전히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작가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예전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믿다' (권여선) 중에서  (0) 2009.05.24
꾿빠이, 이상  (0) 2009.05.23
사랑해, 파리  (0) 2009.04.21
2005 년 판 '오만과 편견' 감상.  (2) 2009.04.21
카핑 베토벤  (0) 2009.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