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손석춘 칼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51236.html

읽다 보니, 우리말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전에 로처 님 께서,  
'행복한 고물상' 이란 책 리뷰 밑에 우리말에 대해 간략하게 추가 하셨는데,
(http://lawcher.com/166 참고하세요 ! ) 갑자기 그게 생각이 , 났다.

어쨌건, 여기서 우리말 한번 찾아보자!! 


 ** 칼럼을 읽고 나서 느낀 것, 그리고 이 칼럼이 나오게 된 배경-읽으면 읽을수록 냉혹하기만 한 현실-은,  잠시 접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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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마루타>


 마루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야만의 상징이다. ‘생체 실험’의 보편어가 된 마루타는 본디 ‘통나무’다. 일본군 731부대는 사람을 통나무로 여겨 온갖 ‘실험’을 저질렀다.

 21세기인 오늘, 마루타의 야만은 사라졌을까. 민주주의 나무가 더 자라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가령 미국 조지 부시 정권이 아랍인을 벌레 우글대는 상자에 밀어 넣은 고문은 마루타의 21세기 판이다. 대한민국 대학가에도 마루타가 ‘신조어’로 퍼져가고 있다. ‘마루타 아르바이트’가 그것이다. 대학생들이 제약회사나 병원의 ‘임상 실험’에 자신의 몸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살풍경이다.

 극단적 보기라고 눈 흘길 일이 아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55%가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다국적 제약기업의 임상 실험은 무장 늘어나고 있다. 마루타를 낳은 제국주의 논리가 형태를 달리해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들이 ‘마루타’로 곰비임비 나서는 까닭은 명백하다. 한강 모래밭에서 발견된 젊은 주검이 웅변해준다. 전남 담양의 가난한 농부 아들인 그가 1998년 고려대에 입학했을 때, 집안의 경사였다. 현실은 차가웠다. 등록금 탓에 휴학-복학을 오가다 끝내 중퇴했다. 취업하러 둥지 튼 월 20만원의 고시원 방에서도 쫓겨날 상황에 몰렸다. 방을 깨끗이 치운 그는 한강에 청춘을 던졌다. 
 
 어떤가. 대학생들이 기꺼이 마루타로 나서는 현상에 새삼 설명이 필요한가. 물론, 부자신문·부자방송의 언론인 자녀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고액 과외로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에게도 ‘마루타 친구’는 다가오지 않을 터다.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지원해주는 부자언론사의 편집진에게, 막걸리가 아니라 ‘와인’이 고대의 상징이 되었노라고 축배 드는 교수들에게, 한강에 떠오른 젊은 주검은 얼마나 절실할까. 남학생은 마루타로, 여학생은 유흥업소 ‘도우미’로 나서도, 저마다 대학 재단과 으밀아밀 연결된 <동아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는 ‘등록금 반값’을 의제로 설정하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다. 마침내 젊은 지성인들이 온몸으로 여론 형성에 나섰다. 어깨 아래까지 기른 생머리를 삭발한 대학 총학생회장을 보라. 후두두 잘려나갈 때 기어이 눈물을 쏟았다. 등록금 걱정하는 친구들이 떠올라 울컥했단다. 함께 삭발한 남학생도 가위 소리 들리는 순간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여대 총학생회장의 삭발에 “엄마는 짠해 하시고, 아빠는 장하다”고 토닥여주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 부자신문 두루 모르쇠다. 윤똑똑이 교수로 텔레비전 타고 국회의원 된 공성진은 사립대 등록금이 싸다고 언구럭 부린다. 야당 시절 ‘등록금 반값’을 공약했던 저들은 ‘선거 전 이야기’라고 되레 도끼눈 뜬다.
 
 그렇다. 치솟는 등록금,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확산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신자유주의 정권의 마루타 실험이다. 과연 어디까지 침묵할까, 까까머리 마루타가 얼마나 불쏘시개 될까, 살천스레 관찰하는 저 뱁새눈이들을 보라.

 신자유주의 마루타를 두고 ‘청춘 예찬’이나 ‘무한한 가능성’ 따위를 노래하기란 입에 발린 사랑이다. 다만 까까머리 여대생들 앞에 목이 잠겨 쓴다, 부디 좌절하지 말기를, 아직 침묵하는 마루타들의 가슴과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 앙가슴에 그대들의 까까머리는 불화살로 꽂히고 있음을, 용산 철거민 숯 주검 100일과 촛불항쟁 첫돌을 맞아 뜻있는 민주 시민과 학우들 손에서 그 불화살은 여울여울 타오를 터임을, 그 언젠가는 벅벅이 심판의 불벼락이 될 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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