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봄은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0636.html

춘천 연가’ 펴낸 문인 29명
‘찌질한 청춘’부터 안개까지 시·산문 묶어
“고독·유폐…예술가 위해 두루 갖춘 곳”



강원도 춘천에서 나고 자랐거나 춘천에 살거나, 짧은 인연이지만 춘천을 마음에 품고 있던 문인 29명이 모였다. 이승훈·전상국·한수산·박찬일·오정희·유안진·박남철·이문재·한명희·최수철씨 등이 청춘의 ‘찌질한 연애’ 이야기부터 가슴 저리는 안개 이야기까지 각자 춘천에 얽힌 이야기를 시와 산문으로 써서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문인 29인의 춘천연가>(문학동네 펴냄)에 담았다. “

춘천에 숨어드는 예술가가 많다고 합디다. 춘천은 제가 원하는 만큼의 고독, 고립, 유폐, 작가로서 자유로움을 위해 필요한 거리감, 낯섦을 두루 갖춘 곳이지요.”

24일 책 출간에 맞춰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설가 오정희씨는 “30년 넘게 춘천에 살면서 쓴 여러 소설과 글에 이미 춘천에 대한 느낌이 다 스며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려니 또 새롭게 춘천이 다가왔다”고 했다. 오씨는 책에 실린 ‘봄내 이야기’에서 서른둘에 춘천에 내려와 그곳에서 현재까지 반평생을 보내며 춘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 <파로호>, <옛우물>, <새> 등을 쓴 이야기를 풀어놨다.


시인 이승훈씨는 그가 나고 자란 춘천의 내면을 “불안, 회색빛 청춘, 우울한 동경, 황량한 그리움”으로 그린다. “30대에 춘천에서 만난 것은 안개와 호수지만 춘천의 안개는 아름다운 신비와 우수와 환상이 아니라 깊은 밤 흐느끼는 울음소리였다. … 내가 만난 호수는 평화와 고요와 사랑이 아니라 부질없이 설레는 막막함과 짙은 유배감이었다.” ‘내 고향 춘천’에서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여러 학교를 떠돌아 쫓기는 듯한 강박과 불안 속에 보낸 어린 시절, 20대 후반 다시 돌아간 춘천에 댐이 생기면서 시작된 안개와의 싸움을 담담하게 돌이킨다. 그는 “그동안 고향을 잘 챙기지 못했던 부채감을 이 책 덕분에 덜었다”고 말했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에서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라고 읊은 시인 유안진씨는 “고향은 아니지만 다른 고장 이름처럼 유교적 덕목이나 세속적 소망, 지정학적 위치가 아니라 탈속한 지명을 가진 춘천은 지명 하나만으로도 ‘시의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은 강원대에서 3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 한명희씨가 지난해 이맘때 춘천시에서 기획을 부탁받아 빛을 보게 됐다. 한 시인은 춘천이 고향인 소설가 최수철, 춘천에서 자란 시인 박찬일씨와 편집위원회를 꾸려 여러 문인들의 글을 거둬 갈무리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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