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핑 베토벤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이 함께 했던 영화.

설 연휴 때 다른 영화도 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유독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베토벤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 그의 음악이 뛰어나서? 아니면 숨겨진 여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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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학원에서 봤던 베토벤의 초상화는 내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주었다.
약간은 헝클어진 머리, 굳은 표정. 눈빛과 굳게 다문 입이 운명과 당당히 대결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그닥 많이 알고 있진 않았다.

음악이론 책 사이사이에 지겨워할까봐 그려 넣은 만화, 어린이용으로 나온 음악가들 이야기책
(그 책은 다른 여러 사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베토벤 전기(이것도 어린이용이라 자세히는 안 나왔던 것 같다) '
그리고 교양 과목 과제 때문에 구입했던 책에도 나와 있었고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는데, 이 책에 실린  글은 전체적으로 좀 어려운 것 같다)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왜 제목이 카핑 베토벤인지 . 또 합창 교향곡에 얽힌 비밀도 알게 되었지만, 안나 홀츠가 실제 존재했던 여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합창 교향곡이 끝나고 박수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어떤 여인이 무대 쪽으로 돌려세워서 무대를 보게 했다는 내용은 봤지만.

  아무튼, 여기서는 영화 내용만 갖고 이야기하겠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안나가 합창 초연 때 베토벤과 같이 지휘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쩐지 안나가 ‘합창 교향곡’ 까지만 같이 일 할 것 같지는 않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8세기 빈. 음악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 음악가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그가 몸도 좋지 않고, 성격까지 좋지 않았다면. 또 귀족들이 원하는 유형의 곡보다는 음악가 자신의 곡만 선호한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고.

 하지만 안나 홀츠는 용감했다. 그녀는 처음에 ‘합창 교향곡’ 악보만 작업하면 자신의 일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베토벤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대사, (그와 정 반대인 대사도 있었다. 종이에 써 볼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 고모의 충고 등등. 그 사이에서 갈등하던 안나는 결국 베토벤을 선택했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또 그 시대에 여성이 음악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런 베토벤과 안나 사이에 낀 불편한 존재. 칼은 삼촌의 이름으로 먹고 사는, 삼촌 몰래 돈까지 훔치는, 아주 불쌍한 놈이었다. 나 같으면 피아노를 가르쳐 주건 말건, 관심도 안 가질 텐데. 베토벤은 이 조카가 자신의 뒤를 이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칼은 이런 삼촌이 싫다고 안나에게 하소연(?)하고, 안나는 둘을 화해시키려 시도는 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칼은 합창 초연 때도 오지 않고, 그런데 나중에 무대 뒤에 살짝 등장했다. 웬일인지. 합창 교향곡을 들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음악을 알긴 아는구나. 하지만 칼은 그 후에도 변함 없는 태도를 보인다. 실망이었다. 왜 그렇게 사는 거냐.
  안나는 다음 번 곡 초연 때도 베토벤과 함께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합창 교향곡 때와는 정반대로 냉담했다. 심지어 합창 때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박수를 쳤던 대공도 한 마디 하고 갔다. (이 사람은 그래도 음악을 이해하나보다 했더니 그것도 아니군.) 안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홀에서 베토벤은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렇지만 병도 그의 창작 욕구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안나는 그를 간호하면서, 그의 마지막 곡을 필사했다.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났다.
그리고 나서 안나도 어디론가 떠나는데...
이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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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가 제작한 , '오만과 편견'을 보고 나서.

여러 사람들이 나오지만
 다찌 역을 맡은 콜린 퍼스에 대해 관심을 조금 갖게 된 것 같다.

다음주에 한다는 '나사의 회전'에선 또 어떤 역을 맡게 될지..

다찌 역 때문에 콜린의 연기범위가 제한되었다고 들었는데.. 실제 연인관계도 좀 .. 그렇고,



18세기 사람들이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음식을 먹었나 하는 생각도 하고,
그 당시 젊은 남녀들이 무도회가 아니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인의 남편과 리지의 남편이 무엇으로 일년 수입을 얻는지도 제대로 못본거 같은데...

구체적인 직업을 알수가 없다. 소설에 나오나?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 여긴 나오지만..

처음 사랑에 빠지는 남녀들이 모두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리지와 다찌가 나누는 대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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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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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70년대 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갱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가 탄탄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총질하고 쌈질하고 그러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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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경찰과 마약왕의 대결. 누가 이길까. 마약왕은 과연 잡힐까. 프랭크 루카스 말대로, '나 하나를 잡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그런 사람이 나올' 것이란 대사를 보고, 참... 악순환이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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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패경찰은 처음엔 돈뭉치가 든 가방을 본부에 신고했다가 주위에서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약왕을 잡으려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마침내 마약왕을 잡고 나서 그의 태도는 점점 변해간다. (실망이었다..) 결국 자신도, 선배들인 부패경찰과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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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잔혹한 영화 보면서 코넌 도일의 ‘공포의 계곡’이 언뜻 생각났다. 내용상 ‘조직’이 등장하는 것은 같지만, 그 속내용은 전혀 달랐는데. 잔인한 장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지만, 중간에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서 놀라고 그랬다. 무법천지도시. 정말 저기서 내 몸지키려면 총을 안 갖고 다닐수가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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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타인의 삶

얼마 전 신문에서 도청검색 전문과 과정에 대해 광고가 났었는데,
이런 것도 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영화 ‘타인의 삶’이 계속 생각났다.

도청, 감청에 대해 다룬 영화는 이것 말고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이것 밖에는 없다. 개봉했을 때부터 흥미를 느꼈던 작품.
보려고 했었지만 미루고 미뤘다가 이번에 보게 되었다.

25년전 동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자유를 뺏긴 문인들. 감시와 도청 속에서 하루하루 우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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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

5년간 내 삶이었던...

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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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삶이 과연 내 삶이 될 수 있을까 ?
(이 영화에 따르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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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비밀경찰 ‘비즐러’는, 상관인 ‘그루비츠’로부터 요주의 인물인 ‘드라이만’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주인공은 비즐러지만, 난 영화를 보면서 드라이만과, 연극배우이자 드라이만의 부인인 크리스타가 주인공이라고 계속 착각하게 되었다. 제 3자인 나는 ‘비즐러’라는 창을 통해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본 셈이다. 비즐러는 하루 12시간 도청을 했고, 나머지 12시간 중에서도 자기 시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루비츠가 보기에 비즐러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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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얼굴에 표정이 없는 비즐러에게 자비 같은 건 구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비즐러는 점점 변해 갔다. 특히 망가진 크리스타 앞에 팬이라면서 나타난 것 하며. 그 때 크리스타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제 상황에선 말 못할 고민 속에서 살고 있는 그녀. (크리스타에게 말을 거는 비즐러를 보면서 갑자기‘이봐, 뭐 하는 거야! 당신은 숨어있어야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타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까봐?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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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즐러가 크리스타와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그 만남의 성격이 처음하고는 무척 달랐다. 만남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심문이다. 여기서 그녀는 비즐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비즐러는 그녀를 계속 추궁한다. 그래도, 크리스타.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닌가? 좀더 질질 끌 줄 알았는데... 절망적인 상황에서 드라이만은, 새 작품을 써 낸다. 자신이 감시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드라이만은 자신에 대한 기록을 모두 보았고, 자기를 감시했던 비즐러를 먼 발치서 보게 된다. 하지만 드라이만은 비즐러를 보고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간다. 아마 나 같으면 길을 막고 뭐라 했을 것 같은데.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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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뉴스에서 ‘초등학생의 일기검사는 인권 침해‘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걸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동시에 일기를 쓰면 왜 좋은가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사고력 증진에 좋다, 논술 공부에 좋다, 맞춤법 익히는 데 좋다 등등. 그 반대의 의견도 있었고.

일기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일기를 꼭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도 쓰고 있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날마다 억지로 사실과 느낌을 조합하고 몇 줄 이상을 맞춰 써야 했고, 꼭 끄트머리에 도장과 빨간 펜 글씨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실만 쓰는 날도 있고, 안 쓰는 날도 있고, 안 써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고, 빨간 글씨를 다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남의 일기를 보면 안 되는 줄로만 알았던 때를 떠나, 때론 나도 남의 일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물론 자기 기록을 공개로 해 놓은 상대도 공개용과 비공개용을 따로 지정해 놓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검색창에 ‘타인의 삶’을 다시 입력해 봤다가, 비즐러 역을 맡은 배우가 작년에 암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영화 보기 전까지 미처 몰랐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책을 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당당한 자세를 보면서 역시 군인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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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속고 속이는 세계의 이야기.
 
그런데 보면서 꼭 미국 할리우드표, 애국심으로 똘똘 무장한 영화들-하도 많이 봐서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댄 브라운은 이런 소재를 어디서 얻을까.?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디지털 포트리스에서도 한장한장을 넘길 때마다 기대했었고,

또 긴장도 했지만, 이 소설은 이거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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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으면 '천사와 악마' 개봉이라는데.

보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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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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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예전의 삶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고 있지만
점차
추억의 재가 되어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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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는 이 책 맨앞, 맨뒤에 나왔고, 광고할 때도 몇 번 봤었다.,,
나온지 꽤 된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정말 얇지만 쉽게 읽고 쉽게 덮어버릴 수 없던 책이었다.
그를 옥죄던 잠수복 속에서 끊임없이 날개짓하던 그의 영혼,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기 전까지 계속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했던 것..정말 존경스럽다.

그쯤 되면 거의 포기하고 말 것 같은데.
Locked in sydrome......

이것과 상황은 다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가 갑자기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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