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스무 살'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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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책, 그 때 바로 느낌을 적어 놓지 않았는데..좀 아쉽다.
이 문구는 내 미니홈피 프로필에 달아 놓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적어 놓았다.
그 밑에다 무슨 말인가 덧붙이고 싶었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가 않아서 계속 남겨 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이 밑에다 뭔가 쓰고 싶어서 들어왔지만. 내가 무슨 말을 쓰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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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의 스무 살은 어땠나. 연수씨를 따라 모작(?) 비슷한 것을 해 봤다.
하지만 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영 아니어서 그냥 갖다 버렸다.

 연수씨는 스물하나, 스물 둘 이렇게 세지 않고 단지 '스무 살 이후'라고만 표현했다. 참. 간단한 표현 같다.
그만큼 스무 살은 뭔가 그 이전과는 다른 시기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 그 이후'보다 더 소중한 것이겠지.

 나의 스무 살, 그 이전, 그 이후. 난 잘 하고 있는 건지.
매 순간순간 드는 갈등, 고민, 회피, 도망, 쓸데 없는 생각들, 감정들.
그 모든 걸 싸안기엔 머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마음도 무겁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괜히 예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해졌다가.
예전에 찍은 사진들,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펜과 종이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이러고 있다.

 아. 정말 순수하게, 한 가지만 바라보고, 잘 될 거라는 믿음, 탄력받기, 긍정의 힘..
이런 것들.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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