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해당되는 글 2건

  1. 더 로드<The road> 중 2010.01.23
  2.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4 2009.02.28

더 로드<The road> 중

 모든 것이 축축했다. 썩어가고 있었다. 서랍에서 초를 하나 발견했다. 불을 붙일 방법은 없었다. 남자는 초를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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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 밤부터 2010년 1월 1일 새벽까지 읽은 책.
그러나. TV 채널돌리기, 컴퓨터를 하는 바람에 읽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곧 영화로 나온다고, 감히 성서에 비견된다고,
폐허와 고독, 절망에 대해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찬사 받는 작품이라는데,

세상의 끝에서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 그 노력이 눈물겹다.
세상에는 모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성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었고,
나에겐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대상이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안데르센 동화들 중 하나가 문득 생각났는데...두꺼비가 나오는 동화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많은 두꺼비들 중 단 한 마리가 머릿속에 보석이 있는데 (뭔가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뜻?)
나중에 죽을 때 머리에서 보석이 나온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

로드에서도 아버지는 아이에게 네 눈 안에 '불' 이 있다고.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 이라 했다.
아이의 눈 속에 있는 불과 두꺼비 머릿 속에 있던 보석이 똑같이, 일종의 귀중한 것이라고 한다면 좀 무리일까?

불. 하니까 문득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스의 불.이 생각났다.

영화 예고편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으나.
어느 면에서는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화살 날아오는 장면 등)
어떤 장면은 좀 억지스러운(사실 여자(아마도 부인인 듯)는 영화에서 1분도 채 등장하지 않아야 할 텐데.
예고편에 좀 많이 등장하시는 듯. ) 것도 있다.

남자의 환상 속에만 보이고, 실제로 보이는 것은 사진일 뿐인데. 
영화를 만들 때는 영화감독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테니까.

본편을 보지 않아서 이렇게 쓰는 게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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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스티븐 갤러웨이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까닭 없는 우울증, 공허함,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읽으려 했으나 못 읽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읽다 보니 한번에 다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쟁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전쟁이라는 것조차 감각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죽은 22명을 위해,
22일 동안 연주하겠다고 약속한 첼리스트,
그리고 그를 지켜야 하는 여성 저격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 드라간, 케난. 등등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22일 간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을 다시 적셔 주었다.

하지만 22일째 되는 날, 첼리스트는 살고 저격수는 사라져야 한다.

읽으면서 영화 ‘피아니스트’ 에서, 폐허 속에 서 있는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생각났다.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순식간에 앞집 이웃이 총을 든 악마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 
내가 그런 곳에서 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애로처럼 총을 들거나, 아니면 케난처럼, 혹은 드라간처럼 겁을 내면서도 물을 구하러 가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리스톱스키 부인처럼 모든 것이 끝나길 숨죽여 기다리거나 할 것이다.
스마일로비치처럼 포탄이 마구 떨어지는 도시
가운데서 감히 음악을 연주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

읽으면서 우울증과 공허함은 어느 새 멀리 달아나 버린 것 같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새벽에 들을 때와
 햇살이 밝은 오전에
들을 때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책 뒤편에 있는 설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라예보 내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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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작전,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사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했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보이는 세계는 폭발했다.


-비록 나중에 벌어질 모든 일을 알고 있다 해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포기할 것이다


 

-온몸을 감싸는 살아 있다는 행복감과, 언젠가 이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거라는 확신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로야. 그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지. 당신이 알던 그 여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어.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레온 트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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