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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인의 삶 2009.04.21

타인의 삶

타인의 삶

얼마 전 신문에서 도청검색 전문과 과정에 대해 광고가 났었는데,
이런 것도 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영화 ‘타인의 삶’이 계속 생각났다.

도청, 감청에 대해 다룬 영화는 이것 말고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이것 밖에는 없다. 개봉했을 때부터 흥미를 느꼈던 작품.
보려고 했었지만 미루고 미뤘다가 이번에 보게 되었다.

25년전 동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자유를 뺏긴 문인들. 감시와 도청 속에서 하루하루 우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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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

5년간 내 삶이었던...

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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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삶이 과연 내 삶이 될 수 있을까 ?
(이 영화에 따르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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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비밀경찰 ‘비즐러’는, 상관인 ‘그루비츠’로부터 요주의 인물인 ‘드라이만’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주인공은 비즐러지만, 난 영화를 보면서 드라이만과, 연극배우이자 드라이만의 부인인 크리스타가 주인공이라고 계속 착각하게 되었다. 제 3자인 나는 ‘비즐러’라는 창을 통해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본 셈이다. 비즐러는 하루 12시간 도청을 했고, 나머지 12시간 중에서도 자기 시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루비츠가 보기에 비즐러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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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얼굴에 표정이 없는 비즐러에게 자비 같은 건 구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비즐러는 점점 변해 갔다. 특히 망가진 크리스타 앞에 팬이라면서 나타난 것 하며. 그 때 크리스타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제 상황에선 말 못할 고민 속에서 살고 있는 그녀. (크리스타에게 말을 거는 비즐러를 보면서 갑자기‘이봐, 뭐 하는 거야! 당신은 숨어있어야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타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까봐?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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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즐러가 크리스타와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그 만남의 성격이 처음하고는 무척 달랐다. 만남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심문이다. 여기서 그녀는 비즐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비즐러는 그녀를 계속 추궁한다. 그래도, 크리스타.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닌가? 좀더 질질 끌 줄 알았는데... 절망적인 상황에서 드라이만은, 새 작품을 써 낸다. 자신이 감시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드라이만은 자신에 대한 기록을 모두 보았고, 자기를 감시했던 비즐러를 먼 발치서 보게 된다. 하지만 드라이만은 비즐러를 보고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간다. 아마 나 같으면 길을 막고 뭐라 했을 것 같은데.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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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뉴스에서 ‘초등학생의 일기검사는 인권 침해‘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걸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동시에 일기를 쓰면 왜 좋은가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사고력 증진에 좋다, 논술 공부에 좋다, 맞춤법 익히는 데 좋다 등등. 그 반대의 의견도 있었고.

일기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일기를 꼭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도 쓰고 있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날마다 억지로 사실과 느낌을 조합하고 몇 줄 이상을 맞춰 써야 했고, 꼭 끄트머리에 도장과 빨간 펜 글씨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실만 쓰는 날도 있고, 안 쓰는 날도 있고, 안 써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고, 빨간 글씨를 다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남의 일기를 보면 안 되는 줄로만 알았던 때를 떠나, 때론 나도 남의 일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물론 자기 기록을 공개로 해 놓은 상대도 공개용과 비공개용을 따로 지정해 놓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검색창에 ‘타인의 삶’을 다시 입력해 봤다가, 비즐러 역을 맡은 배우가 작년에 암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영화 보기 전까지 미처 몰랐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책을 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당당한 자세를 보면서 역시 군인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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