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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기' 와 '어린 왕자' 2 2009.06.04

'글쓰기' 와 '어린 왕자'

#1.'제대로 된' 글쓰기 수업은 받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시행 착오를 반복하면서 혼자 글을 쓰고, 지우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어떻게 하다가 일기상을 받았다. 딱히 일기 쓰기 지도를 받은 것도 없었다.
그 때의 일기는 그저 그런 일 투성이었다. 크게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교지에 너무나 짧은 글이 한 편 실렸고,
(한 반에 몇 명씩은 들어가야 했기에 무작위로 고른 것이리라.)

문예반 활동도 하였지만, 그 뿐이었다.
딱히 칭찬을 들은 것도 없었다.

중학교 때, '다 쓰고 나서 보니 나도 모를 말을 써서 너무나 창피했던'
독서 감상문을 스피커 앞에서 전교생들에게 낭독을 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는 별 다른 것은 없었다. 워낙에 공부를 잘 하는데다 글까지 잘 쓰는 애들이 많아서
그쪽 동네에는 내가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둘 중에 하나라도 잘 했으면 들어갈 틈이 있었을까?


그리고 대학에 와서 들은 문예창작 강의,
그 전에 대학 논술 준비하느라 급하게 들은 강의 말고는
따로 글쓰기 학원을 다닌 적은 없었다.


#2. 어린 시절의 반 정도는 '어린 왕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같이 봤던 '어린 왕자'는, 일종의 논술 교재였다.
왜 이런 걸 하는지, 바오밥 나무가 내 속에 자란 나쁜 버릇이니 뭐니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때였는데,
작은 공책을 하나 준비해서 거기에
 어린왕자 몇 페이지에 나오는 무슨 내용이 뭐 라고 생각하는지 써 보거나 혹은,
설명을 받아적거나 하는 등. 동생은 동시집으로 했지만, 왠지 그 때 그 책이 끌렸다.
그래서 고른 것이었다. 하지만 바오밥 나무를 끝으로 논술 수업은 끝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 년 후, 서점에서 '다시 만난 어린 왕자'라는 책을 보았다.
생텍쥐페리의 후배(?) 작가가 쓴 책은,
원본 어린왕자와는 또 다른 패러디와 역설(?역설이 있었나? 다시 찾아 봐야겠다),
비판(이것도..찾아 봐야겠다)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뒤에 해설을 보면서(지금 봐도 모를 말을 그 때는 무슨 재미로 읽겠다고 덤볐는지. )

불확정성 시대? 이게 뭐지? 하면서 넘겨 버린 것들.
나중에 좀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면 다시 읽어 봐야겠다 하고

원본을 다시 읽었다. 얇은 책이지만,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이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 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등등.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은 참 많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이 부분이었다.

당신이 네 시에 오는데 왜 나는 벌써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걸까 하고. 정말 그 땐 그런 것도 모를 때였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10년도 전에 이미, 짧지만 논술 수업을 했다는 것을. 이제 알았네.


#1. 의 첫번째 줄은 바꿔야 겠다.

약식으로나마 글쓰기 수업을 했었다고,
그런데 그 교재가 어린 왕자였다고.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약효가 나타나지  않지만.. 말이다.

*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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