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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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는 우울증, 공허함,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읽으려 했으나 못 읽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읽다 보니 한번에 다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쟁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전쟁이라는 것조차 감각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죽은 22명을 위해, 22일 동안 연주하겠다고 약속한 첼리스트,
그리고 그를 지켜야 하는 여성 저격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 드라간, 케난. 등등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22일 간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을 다시 적셔 주었다.
하지만 22일째 되는 날, 첼리스트는 살고 저격수는 사라져야 한다.
읽으면서 영화 ‘피아니스트’ 에서, 폐허 속에 서 있는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생각났다.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순식간에 앞집 이웃이 총을 든 악마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
내가 그런 곳에서 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애로처럼 총을 들거나, 아니면 케난처럼, 혹은 드라간처럼 겁을 내면서도 물을 구하러 가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리스톱스키 부인처럼 모든 것이 끝나길 숨죽여 기다리거나 할 것이다.
스마일로비치처럼 포탄이 마구 떨어지는 도시 한가운데서 감히 음악을 연주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
읽으면서 우울증과 공허함은 어느 새 멀리 달아나 버린 것 같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새벽에 들을 때와
햇살이 밝은 오전에 들을 때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책 뒤편에 있는 설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라예보 내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충돌 작전,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사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했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보이는 세계는 폭발했다.
-비록 나중에 벌어질 모든 일을 알고 있다 해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포기할 것이다
-온몸을 감싸는 살아 있다는 행복감과, 언젠가 이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거라는 확신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로야. 그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지. 당신이 알던 그 여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어.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레온 트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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