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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핑 베토벤 2009.04.21

카핑 베토벤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이 함께 했던 영화.

설 연휴 때 다른 영화도 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유독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베토벤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 그의 음악이 뛰어나서? 아니면 숨겨진 여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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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학원에서 봤던 베토벤의 초상화는 내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주었다.
약간은 헝클어진 머리, 굳은 표정. 눈빛과 굳게 다문 입이 운명과 당당히 대결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그닥 많이 알고 있진 않았다.

음악이론 책 사이사이에 지겨워할까봐 그려 넣은 만화, 어린이용으로 나온 음악가들 이야기책
(그 책은 다른 여러 사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베토벤 전기(이것도 어린이용이라 자세히는 안 나왔던 것 같다) '
그리고 교양 과목 과제 때문에 구입했던 책에도 나와 있었고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는데, 이 책에 실린  글은 전체적으로 좀 어려운 것 같다)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왜 제목이 카핑 베토벤인지 . 또 합창 교향곡에 얽힌 비밀도 알게 되었지만, 안나 홀츠가 실제 존재했던 여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합창 교향곡이 끝나고 박수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어떤 여인이 무대 쪽으로 돌려세워서 무대를 보게 했다는 내용은 봤지만.

  아무튼, 여기서는 영화 내용만 갖고 이야기하겠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안나가 합창 초연 때 베토벤과 같이 지휘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쩐지 안나가 ‘합창 교향곡’ 까지만 같이 일 할 것 같지는 않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8세기 빈. 음악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 음악가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그가 몸도 좋지 않고, 성격까지 좋지 않았다면. 또 귀족들이 원하는 유형의 곡보다는 음악가 자신의 곡만 선호한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고.

 하지만 안나 홀츠는 용감했다. 그녀는 처음에 ‘합창 교향곡’ 악보만 작업하면 자신의 일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베토벤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대사, (그와 정 반대인 대사도 있었다. 종이에 써 볼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 고모의 충고 등등. 그 사이에서 갈등하던 안나는 결국 베토벤을 선택했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또 그 시대에 여성이 음악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런 베토벤과 안나 사이에 낀 불편한 존재. 칼은 삼촌의 이름으로 먹고 사는, 삼촌 몰래 돈까지 훔치는, 아주 불쌍한 놈이었다. 나 같으면 피아노를 가르쳐 주건 말건, 관심도 안 가질 텐데. 베토벤은 이 조카가 자신의 뒤를 이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칼은 이런 삼촌이 싫다고 안나에게 하소연(?)하고, 안나는 둘을 화해시키려 시도는 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칼은 합창 초연 때도 오지 않고, 그런데 나중에 무대 뒤에 살짝 등장했다. 웬일인지. 합창 교향곡을 들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음악을 알긴 아는구나. 하지만 칼은 그 후에도 변함 없는 태도를 보인다. 실망이었다. 왜 그렇게 사는 거냐.
  안나는 다음 번 곡 초연 때도 베토벤과 함께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합창 교향곡 때와는 정반대로 냉담했다. 심지어 합창 때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박수를 쳤던 대공도 한 마디 하고 갔다. (이 사람은 그래도 음악을 이해하나보다 했더니 그것도 아니군.) 안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홀에서 베토벤은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렇지만 병도 그의 창작 욕구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안나는 그를 간호하면서, 그의 마지막 곡을 필사했다.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났다.
그리고 나서 안나도 어디론가 떠나는데...
이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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