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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봉우리- 김민기
Greenbea
2009. 5. 23. 13:07
봉우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 보면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떄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 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그러나 내가 오른 것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길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