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이방인, 표리>

 

1. 페스트

 

  우연한 기회에 몇 달 전 『페스트』를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COVID-19와도 연관이 많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책을 빌려갔고, 반납일이 지나도록 연체 중이었다. 어렵게 구한 책은 모 출판사에서 논술 수업용으로 내놓은 요약집이었다. 그 요약집은 굉장히 얇았지만 나름 생각할 내용이 있었으며 카뮈 연보도 나와 있었다.

내용은 페스트가 퍼지는 과정, 페스트의 확산을 막으려고 노력한 사람들 이야기였다.

참석자 중 한 명이  『페스트』에 『이방인』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와서 자신이 어떤 책을 읽는지 헷갈렸다며, 기회되면 『이방인』도 읽어보시라고 추천했다. 『페스트』보다 내용도 짧다고 했다.

 

2. 이방인

 


“그 때 한 밤 끝의 싸이렌이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에게 영원히 관계 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만년에 왜 어머니가 <약혼자>를 가졌었는지 왜 생애를 다시 꾸며 보는 놀음을 하였는지 나는 알 수 있는 듯하였다. 그 곳, 생명들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었다. ”


결말로 갈수록 뫼르소와 신부(교부)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종교 쪽으로 이끄려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싸움. 그 싸움이 절정에 이른 후, 신부가 나가고 나서, 혼자 남겨진 뫼르소가 싸이렌 소리를 듣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사이렌 소리는 정말 사형집행을 알리는 소리였는지 환청이었는지.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가 온 것이다. ”


 다시 읽어봐도 놀라운 첫 문장이다.
처음 읽을 때도 무미건조해서 놀라웠다. 첫 번째 문장에 비하면 마지막 부분은 많이 나아진 건가. 아니면 아직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뫼르소인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다 는 표현은 적절한가. 뫼르소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건가. 아니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건가. 재판장에서 본 어느 젊은 기자처럼?

뫼르소는 좀 이상한 사람이다. 첫 문장부터 벌써 이상했다. ‘주인공이 감정이 없나.’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주인공이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쏘아죽였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러면 일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

평범한 회사원 뫼르소가 사람을 죽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회사에서 크게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장례식 전날부터 당일, 그 다음날의 태도도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이렇게까지 건조해질 수가 있는지, 그런데 성격이나 태도가 변할 만한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레몽, 쌀라마노 영감 등)에게는 그나마 조금 다른 평가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레몽과 영감의 증언은 재판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몽과 쌀라마노 영감이,  변호사와 검사가 하는 말의 절반만큼이라도 잘 했더라면, 청중이 귀를 기울였을까? 순환논증 같은 말만 하고 있으니.
판사가 뫼르소에게 묻는 내용들이 뫼르소에겐 불리하게 작용하는데도, 그렇게 대답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싶다. 정말 태양 때문이었다. 뫼르소다운 대답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뫼르소는, 선고 이후 판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는지 묻는데도 “없습니다” 고만 말한다. 이것 역시 어쩌면 뫼르소다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생각도 들었다.
감옥에서도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넘게 자는 걸 보면.  역시 감옥 안에서도 무미건조한 삶인가. 그런데, 우리도 어쩌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걸 팽개치고 싶고 의욕도 없고 의미 없다고 느낄 때, 자고 일어나도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잠만 계속 자고 싶고 그렇지 않나?

 어찌되었건 차라리 형을 몇 년 더 살고 출소하였으면 했는데. 작가는 그런 희망도 주지 않았다.

인생은 참 무엇인가? 뫼르소가 같은 건물에 사는 레몽을 알지 않았더라면, 알았더라도 더 친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기소되었어도 적극적으로 자기 변호를 했다면 ?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뫼르소는 천국으로 갔을까, 지옥으로 갔을까,

우리를 심판할 수 있는 존재는 무엇인가?

뫼르소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3. 표리

카뮈는 『표리』 제목 안에 짧은 에세이 6편을 실었고, 그 에세이들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미세하게 표현해 냈다.  22세의 나이에 저 정도까지 생각한 것이 대단하다.

하지만 각 편에서 이것이 경험담인지, 실제 여행기인지 실제 가족에 기초한 얘기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꾸며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그 문장 뒤에 숨어있는 의미를 알기 어려웠다.

다만 다음 문장을 보면서 『표리』가, 『이방인』 보다는 조금 내용이 긍정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만.


다른 사람들은 책 페이지 속에 꽃 한 송이를 넣어서 사랑이 그들을 스쳐갔던 시절의 산보를 그 속에 간직한다. 나도 산보를 한다. 그러나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은 하나의 신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나는 활동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활동적이라는 것도 자기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니만큼 역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중략)

 

큰 용기란 빛을 향하여서도 죽음을 향하여서도 눈을 뜨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가슴을 찢는 듯한 삶의 사랑으로부터 이 은밀한 절망으로 인도하는 연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사물들 속 깊숙이 웅크린 이로니에 귀를 기울이면 그것은 서서히 드러난다. 조그맣고 맑은 눈을 깜박이며 그 이로니는 '그래도 살아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많은 탐구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식은 이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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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소설은 늘 어렵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전처럼 집중해서 책을 읽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이 소설은 손에 잡으면, 다른 것을 다 놓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꼼꼼히 읽지는 않은 것 같다.


 본운에도 '심연'이란 말이 나온다. 

 맨 뒤의 작가의 말에도 '심연'이 나오고, 
 작가 말로는......... 
자신이 미처 드러내지 않은 부분을 독자가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쓴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다 알고 읽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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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이기호)

미디어다음 문학속세상 연재글.



#1. 연재당시에 다 못 봤는데 (책보다가 화면으로 보면 집중이 잘 안되는듯)
나중에 다시 들어가 보니 없어져서 (아마 출판되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책으로 묶여서 나왔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마침 있어서...빌려왔는데 웬걸. 너무 얇다. (인터넷에 연재된 걸로 보면 좀 더 나올 것 같은데. 편집을 하면 이렇게 되나? 아니면 내용이 좀 바뀌었나? ) 맨 뒤를 살짝 봤더니...어라 ? 이거 편집된거네 ? (작가의 말에 보니까...인터넷에 올렸을 때의 분량 중에 절반을 줄였다고 했다)
아마...1부, 2부. 이런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후반부는 책엔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2. 시설에서 나와 버린 ‘나(진만)’와 ‘시봉’이 있다. 소설은 진만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그 둘은 시설의 ‘기둥’ 이었다. 시설의 ‘기둥’이자 ‘반장’인 그들의 하루 일과는 기가 막히다.
반장의 임무는 원생들의 죄를 일일이 물어서 나중에 사회복지사들 앞에서 고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설에서 일(포장)하고, 그곳에서 주는 약을 먹고, 고해성사(?)를 한다.
진만과 시봉은 시설의 여러 사람들에게 돌아가면서, 무슨 죄를 지었는지 묻고,
복지사들 앞에서 그 죄를 고해하고 무지하게 얻어 맞는다.
그리고 거짓말로 고해하고 얻어맞은 사실들에 대해선, 맞고 나서 그 사실들을 실행에 옮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저지르지도 않고, 맞고, 나중에 행동으로 옮기는...
뭔가 거꾸로 되었다. 어쨌든 간에 그냥 맞기만 하고 반항을 하지 못한다.


시설에 있는 사람들중 유일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 하지 않는 한 사람만 빼고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3. 여차저차해서 둘이 시설에서 나와서 시봉의 집으로 가지만, 시봉의 가족도 정상은 아니었다.
시연(시봉의 동생)과 같이 사는 남자는, 직업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듯)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시연을 때린다. 그렇지만 시연은 그를 떠나지 못한다. 왜일까....)
그리고 그는 처남들(?)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일 좀하라고 하고.
그 남자의 말을 듣고서 그 둘은 사과 대행업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봉과 진만 둘이서 대신 사과를 해 주는 것이다.
시설에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니면 남들의 잘못을 다 뒤집어쓰고 맞았듯이.
사회라는 더 큰 곳으로 나와서도, 대신 사과를 해 주는 것이다. (구타만 빠졌을 뿐 그들이 하는 일은 같다)
그렇지만 이들이 ‘대신’ 사과를 해 주는 장면이,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정말 잘못해서 사과한다기보다는 억지로 하는 것. 그리고, 정말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는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그리고 정말 사과를 해야 할 일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사소한 것들만이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차고 넘치는 죄들, 수 많은 죄인들, 그리고 은근히 죄를 권하는 사회. 본인이 정말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알지만 덮어 버리는 사람들. 진만과 시봉의 시선이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여러 부분들까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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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파울로 코엘료)


승자는혼자다.1 상세보기

승자는혼자다.2 상세보기

내 작품들 가운데서 빈번히 나타나는 주제 중 하나는 우리가 꿈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꿈들은 어디까지 조작될 수 있는 것일까? 수십 년 전부터 우리는 명성과 부와 권력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순응해야 할 진정한 가치라고 믿고 있다
                                                                                                   (저자의 말 중)

---------------------------
작가의 말을 보고 나서, 그럼 이 책은 꿈의 ‘조작’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꿈을 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시작 전에 나오는 글들이 있다.
그 글들은  성모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  누가복음 12장 22~27절,
월트 휘트먼의 <풀잎>,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다.
기도문은 왜, 복음은 왜 나오고, 시는 또 왜 나오는가,
아무리 읽어 봐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구절들이었다.
왜 이 내용들이 소설 앞머리에 등장한 걸까.  

시작부터 어딘가, 걸리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도대체 뭔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여기서 승자는 누구고 패자는 누가 되는 걸까.

 


 *  결국 다 연결되는 내용들

**  작가의 비판의식

*** 내 꿈은 ? 내가 원하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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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오래된 사양의 컴퓨터,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을 멈추어버렸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고쳐보려다가 포기해 버리고 신경질적으로 본체를 한 방 걷어찼는데 어마나,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을 시작했다. 오, 한순간에 기계가 폭력을 이해하는 경지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니! (80p) 


(위 부분은 본문 중 재미있었던 부분)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나는 내가 흐르지 않아도 시간은 잘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리고 나는 언제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직도 깨닫고 있지 못한 것일까. 


두 번 읽은 책, 한번은 글만 중점적으로 보고, 다음 번에는 세밀화를 다시 찾아보느라고 

다시 읽게 된 책이다. 일반 삽화도 아니고 세밀화라 더 열심히 들여다 본 책 같다. 

(화가가 사라져가는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되살려내는 것을 소명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여 더 끌린 듯)  

이 책은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서 뽑아서 만든 책이라고 알고 있다.
집필 활동 때문에 온라인 활동을 안 하거나 상대적으로 멀리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140자 안에 웃음, 눈물, 감동, 생각할 거리, 등등...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책날개에 쓰여 있는 경력을 보면서 글을 참 많이 쓰셨다는 생각을 했다.  

책 본문 중에서도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친 경로가 보인다. 

 아마도 언젠가 뜻도 모르고 수첩에 메모한 글도 그의 글이었다.  



각 장에 붙은 소제목, 책제목은 어디 나와 있는가 찾아보았는데....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별을 오각뿔로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지구에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이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시계가 깨진다고 시간까지 깨지는 것은 아니다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본문 내용과 상관 없이 새로 만드신 건가요 ?? 소제목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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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어디선가나를찾는전화벨이울리고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문학동네, 2010년)
상세보기

  대학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걷는 학생들이 그들을 찾는 전화 한 통 때문에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 전화는 학생 시절 자신들에게 끝없이 ‘생각하기’를 요구했던 윤교수의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을 부르는 전화였다. 8년 만에 전화를 건 친구에게 "어디야?" 라고 담담하게 묻기만 할 수 있을까.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친 친구도 아니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윤, 명서, 미루, 단)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 답답한 시대 속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건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단지 시간이 오래 지났을 뿐,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군가 대답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하루하루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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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2008)

여행의책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프랑스에세이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서문에서 공기의 세계, 흙의 세계, 불의 세계, 물의 세계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는 길.
나의 기원을 만나고, 나아가 나 뿐만이 아니라 온 우주를 만나는 여행.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나를 보는 여행이다.
책 속 화자가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읽는 독자 자신이 여행을 하는 책이다.
여행을 쭈~욱 하고 싶으면 계속 읽고, 싫으면 덮어 버리면 그만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베르베르 소설을 읽다 보면 평소에 잘 쓰지 않은, 혹은 잊고 있던 우리말들이 종종 등장한다. (읽다 말고 일일이 찾아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나마 이건 얇으니까 다행인데 다른 건 길어서, 그 두꺼운 개미를 읽을 때 잠깐 메모를 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
개미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번역하신 분이 언어를 잘 선택하시는 것 같다.

-소설이 끝나고 맨 마지막에.. 부록(?)이라 할까.
작가가 집필을 하면서 들었다는 노래들이 나와 있었다.
거의 다 모르는 곡이지만 한 번쯤 찾아서 듣고 싶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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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 박지성


나를버리다 상세보기

   박지성이라는 선수를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때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때만 해도 그는 대표팀의 막내였고,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그랬던 그는 해외 팀으로 이적하여 열심히 뛰었고, 2010년에는 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더 큰 나를 위해)나를 버리다'는 박지성의 두 번째 자서전이다. 나를 버리다, 더 큰 나를 위해, 이런 류의 말은 나도 몇 번 들어봤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내가 죽어야 다시 깨어날 수 있고,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이런 말들. 얼핏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미디어에 보도된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그의 쌩얼(?)과 마주했다고 할까. (첫 번째 자서전은 아직 안 읽어 보았다. 그렇지만 그 내용 중에서도 일부는 나를버리다~ 와 겹치는 내용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은 역시 운동선수답다 라는 말이 나온다. 문장 하나하나가 간결하고 짧다. 
긴 문장은 그닥 많이 보이지 않는 편이다. 

  어리고 풋풋했던 소년. 막연히 국가대표를 꿈꾸었던 소년. 여기 저기서 많이 깨지고 상처입고 단단하게 단련된 그는 지금 후배들을 안내하고 조언해주는 위치에 서 있다. 그에게는 항상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었고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 대학입시를 앞두고, 국대선발 때 등), 그 당시에는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 자기 앞의 큰 산을 넘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한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자신을 키워준 주변의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인사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항상 겸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아직 보여줄 것이 남아있다는 것 등-을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만족해 하는 것 대신에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가 뛰는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그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멋진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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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아웃라이어(OUTLIERS)
성공의기회를발견한사람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09년)
상세보기

아웃라이어(Outliers)


-옥외에서 자는 사람 ; 우리 밖에서 사육되는 동물
-사회 거주자, 임지에서 거주하지 않는 사람
-국외자, 문외한
-<지질> 외좌층
-<통계> 이상치


----------------------------------------------------------
책에 나온 정의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 그러니까 이 말이 신조어는 아니고 원래 있었던 단어...인데. 의미가 더 추가된 것인가?

----------------------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단어에 꽂혀서 책을 빌렸다.
검색했을 때 많이 뜨는 연관단어이기도 했고, (검색을 해 보니 이 책 리뷰가 상당히 많고 내용들이 다 좋다)
예전에 보던 잡지 칼럼에서도 이 ‘1만 시간의 법칙’이 언급되었다.
여기서는 누구나 자기분야에서 그만큼 노력한다면 최고가 되지 않을까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 내용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과 비틀즈를 예로 들었다. 1만 시간. 이건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예를 들어 하루 3시간 * 5일 * @ 이런식으로 계산을 하면,
각 결과에 따라 이만큼 연습한 사람들이 그냥 '전공자'로만 불리는 것인지,
학교 교사가 되는 것인지, 교수인지, 프로 연주자가 되는 것인지...
계산은 미루고 일단 읽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부분도 약간 오역이 있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이 부분 뿐만이 아니라 몇몇 문장에서도 읽을 때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번역이 잘 된 것 같은데, 특정 부분 번역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프롤로그, 1부 ‘기회’와 2부 ‘유산’, 에필로그,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내용 중에 각종 통계적 수치를 인용한다.
그렇지만 그 수치들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신장과 체중, 그리고 세계의 부호들 이름과 재산 순위,
노벨상 수상자들의 출신 대학 등등... 물론 그 해석 결과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캐나다 하키선수들의 경우는
- 만약 선수선발전을 동계가 아니라 하계에 한다면 이런 표가 나올 수 없을 것이고
반면 부호 리스트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고,
노벨상 수상자들 출신 대학은 -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들 말고도 이름도 채 들어보지 못한 대학들이 많고
(아이비리그 출신이 많을 것이란 생각 자체가 편견인 것 같다)

그 외에도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다.

* 터마이트 편
  - 지능지수가 한때 절대적으로, 결정적으로 신봉(?)되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 지능지수 하나로 사람을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터마이트 집단에 들어가지 못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되고,
반대로 터마이트에 소속된 아이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

* 크리스 랭건
 - 천재의 역설 편이라 할까 - 그는 드라마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농장이다. 그는 농장 관리인이다. 엄청난 IQ 소유자인 그가 농장 관리인이라니..
(농장 관리인 일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면 다른 일을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가 오펜하이머의 반만 닮았더라면 농장 관리를 하고 있을까? 랭건이 오펜하이머처럼 '기회'를 잡았다면,
최소한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참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  만약 참여하였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

* 놀라운 유대인의 생활 방식
 - 후대에 근면함과 성실함이라는 것을 물려 주고, 후손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룩해 낸다.

* 대한항공 비행기 사고의 비밀
 - 돌려 말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등의 이야기. (나이들이 다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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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겐 잡스나 게이츠 같은 사람이 없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시대 아웃라이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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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고민하는 힘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강상중 (사계절, 2009년)
상세보기

고민하는 힘.

목차는 이렇다

  서론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

   저자는 매 장에서 일일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부터, 돈, 지식, 청춘, 믿음, 일, 구원, 사랑, 죽음, 최강까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문제이고,
자문자답 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 물어볼 수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은근하면서도 무거운 문제를 노련하게 잘 다루었다.
본인의 경험이라든지 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같이 얘기하면서 전개했다.
난 무엇이 하고 싶었고, 은퇴하면 무엇을 하고 싶다. 라고,
자신이 동경하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고, 일본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쓰게 된 것.  유학생활  등등.
저자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과연 이러한 고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서론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계속 등장하는지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았다면 끝까지 궁금했을 뻔했다.

  어떤 장에서는 이러이러해야 일본이 발전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은 일본인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의 선배로서 도움이 되는 말들이 꽤 많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도 많았다.
먼저 빌려간 사람들이 몇몇 문장에 연필로 줄을 쳐 놓았는데, 나도 밑줄 친 부분들에 꽤 공감했다.

 순간 마지막 학기 때 교양과목 교수가 4학년들에게 던진 질문들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너는 누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그리고 내 과목을 왜 수강신청했느냐에서부터
에세이 과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는 것.


며칠에 걸쳐 읽은 책.
얇고 작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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